98년 8월 부친이 작고하고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 3년째. 30대를 지나 불혹의 나이를 맞으며 금년에는 그룹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손길승(孫吉丞) SK회장이 그를 보호해주며 경영자로 이끌어줬지만 이제는 바람막이 없는 거친 광야로 나서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최회장은 특히 작년 가을 기자들에게 “내가 비록 부친의 뒤를 이어 SK㈜회장과 그룹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전문경영인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경솔하지 않았느냐”는 주위의 지적이 있었지만 그의 발언은 치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신념이기에 상관하지 않는단다. ‘오너이자 최고의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 최회장은 SK그룹을 물려받을 때보다 기업가치를 몇 백배로 키워 이를 입증할 각오다.
그 방법은 IMT―2000으로 상징되는 이동통신 사업과 e비즈니스.
지난해말 IMT―2000사업을 본인 뜻대로 ‘비동기식’으로 따낸 최회장은 얼마 남지 않은 준비기간에 할 일이 많다. 금년에는 일본의 NTT도코모와 중국의 차이나텔레콤과 손을 잡고 2세대 이동통신에서 동북아 로밍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 기선을 제압할 계획. 중국 베트남 몽골 등의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내수 위주여서 외화획득에 기여한 게 별로 없다”는 세간의 눈총도 바꾸어 놓고 싶다.
최회장은 또 에너지 화학 무역 등 기존 계열사가 갖고 있는 핵심 경쟁력을 기반으로 e비즈니스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특히 정유업체인 SK㈜를 기반으로 운전자 종합서비스(TSD)라는 새로운 시장창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에 자존심을 걸고 있다.
TSD 시장이 커지면 이를 모바일 사업과도 연결시킬 계획. 이 전략의 성공을 위해 최회장은 카드사업과 보험업에도 진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창업 1세대가 선진국을 모방하면서 근면함으로 일가(一家)를 이루었다면 그는 ‘전문경영인이자 오너’로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함으로써 능력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 ‘신사년의 대망(大望)’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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