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과음하면서 간을 걱정하는 벤처인 이모씨(36). 그는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통해 간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건강검진의 목적을 잘못 알고 몸을 망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건강 보증수표는 아니다〓건강검진(이하 건진)은 뚜렷히 아픈 곳이 없어도 조기에 질병을 찾아내 치료하기 위해 것이다. 또 당장 병이 없더라도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미리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건강검진을 통해 결핵 폐렴 등 전염질환을 조기 발견,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만성 성인병은 더 이상 진행을 막아 ‘조절’할 수 있다. 간염 등 바이러스 질환이나 일부 암 은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상없다’는 검사 결과에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건강 보증수표’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선 안된다.
아무리 많은 검사를 해도 몸의 모든 질병을 찾아낼 수는 없다. 또 건강검진에서 조기 발견하더라도 치료하기 힘든 질병도 있다. 만성폐쇄폐질환 심장(관상)동맥질환 당뇨 방패샘(갑상샘)항진증 등은 고치기 힘들다.
특히 췌장암 폐암은 일찍 발견해도 대부분 이미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돼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해도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X선 촬영을 자주 하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것이 확실한 폐암 예방법이며 검사 뒤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쳐나가야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시기 및 횟수〓건진의 적기는 40세 전후. 최소 2년에 한번은 받는 것이 좋다.
암 관절염 등 만성퇴행 질환의 발생률이 이때부터 급증하기 때문. 많은 사람들이 건진을 자주 받는 것이 좋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건진을 많이 받다보면 실제 이상이 없어도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와 정밀검사를 하는 등 시간과 돈을 허비하기도 한다.
단 발병률이 높고 조기발견하면 생명을 건질 확률이 높은 위암 자궁목암(자궁경부암) 등은 자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20대 여성이 유방암 검사를 받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사람이 매년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할 필요는 없다.
가족병력이 있고 특별한 질병 위험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나 노인은 6개월에 한번이나 주치의가 전하는 시기에 받는다. 간염보균자는 3∼6개월마다 검사하는 것이 좋다.
여성은 유방X선 위투시 등 방사선 검사를 하기 전 반드시 임신 여부를 살펴야 한다. 또 가임기 여성은 생리를 시작한 날부터 10일 정도 지난 때가 가장 좋다. 생리 시작 직후에는 임신 가능성이 없지만 자궁암세포검사와 소변검사가 힘들기 때문.
▽제대로 받는 요령〓건진은 가정의학과나 내과 주치의의 안내를 받아 시기와 검사항목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치의가 없다면 건진센터 의사가 문진을 받은 뒤 연령 직업 건강위험요소 등을 고려해 검사종목을 골라주는 병원에서 받는 것이 좋다. 대한임상병리정도관리협회의 인증마크가 있는 병원은 검사의 정확도를 신뢰할 수 있다. 또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병원이 좋다.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생활습관을 처방받는 것도 중요하다.
건진 전에 병력 가족병력 생활환경 건강상태에 대한 기초적인 상담을 한 뒤 적절한 건강 프로그램을 제시받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치료의 필요성 여부, 식생활과 운동의 방법, 생활환경 및 습관의 개선 등에 대해 상담 및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컴퓨터단층촬영술(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은 특정 질환이 의심될 때 하는 특수검사이므로 주치의에게 자문을 받아 검사 여부를 결정한다. 에이즈 C형간염 등 면역검사와 전립샘암 이자암 폐암 등 일부 암검사, 상복부 초음파 검사도 마찬가지.
직장이나 보험공단 등에서 건진을 해주므로 일단 받은 검사 항목을 제외하고 검진을 받는 것도 검사의 효율성이나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령이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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