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찍이 60년대부터 천혜의 자연경관과 독특한 지역문화, 지정학적으로 높은 가치를 갖고 있는 제주를 자유로운 경제활동지역으로 개발해 외화획득 및 국가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들은 안보상의 이유로 그 실현이 유보된 채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냉전의 종식, 교통수단과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달, 다국적 기업의 성장, 인적 물적 자원의 자유로운 이동, 홍콩의 중국 반환 등에 따른 동북아 각국의 경제권 선점 경쟁이라는 환경변화는 개방화 거점기지로서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건설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원하는 미래형 도시로서 사람 자본 상품 정보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개방형 도시 개념이다. 이를 위해 국제관광을 선도산업으로 금융 교역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생명공학 등 지식기반산업을 유치해 육성함으로써 기존의 1차산업과 관광산업에 편중된 전통적인 지역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전략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제주도가 해외전문용역업체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무회의에 보고한 ‘제주국제자유도시계획안’을 보면 정부는 2010년까지 4조6100억원을 투자해 제주도를 관광중심의 국제자유도시로 우선 건설하고 2011년 이후에는 물류와 금융이 결합된 복합형 국제자유도시로 육성하게 돼 있다. 그 촉진책으로 서귀포항의 페리터미널 건설과 중문관광단지 기능의 강화, 내국인 면세쇼핑이 가능한 공항관세자유지역 지정, 휴양형 주거단지와 과학기술단지 조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하드웨어적 개발도 중요하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자유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국제적 수준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강력한 외국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과감하게 개정해 이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그 첫번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 중앙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관점에서 제주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건설하는 것은 단순하게 지역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발전, 나아가 동북아 문명의 새로운 발원이라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단순히 지방자치단체의 형평성 논리에 발목을 잡혀 다른 자치단체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거나 관광개발 위주의 좁은 사고에 사로잡힌다면 제주의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상실되고 말 것이다.
이문교(제주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