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의류유통업체 E사는 지난해 5∼7월 병영체험을 통해 판매직 여직원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회사가 운영하는 할인점의 여직원 182명에게 ‘전방체험 실습’을 실시했다.
교육에 참가한 여직원들은 “남자 간부들이 ‘군인들 사이사이에 끼여 앉아라’ ‘마음에 든 군인에게 연락처를 알려줘라’는 등의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다”며 지난해 8월 한 여성단체에 제보했으며 이 단체가 여성특위에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간부들은 이밖에도 식사시간에 여직원들이 쌈을 싸서 군인들의 입에 넣어주도록 하거나 여직원들이 군인들과 짝을 지어 산책하도록 하는 등 여러 ‘서비스’를 강요했다는 것.
행사에 참가했던 한 여직원은 “모 남자차장이 인사말을 통해 ‘다음에는 우리 싱싱한 아가씨들을 군인 숫자만큼 맞춰서 오겠다’고 했다”며 “내가 현대판 군 위안부가 된 듯해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E사는 이 기간에 남성직원들에 대해서는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여성특위 이상희(李象熙)조사관은 “이번 사건은 직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개인 대 개인간의 성희롱이 아니라 회사조직 차원에서 일어난 성희롱”이라며 “E사에 대해 공개사과와 성희롱 예방프로그램 강화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E사 관계자는 “당시 교육이 끝난 뒤 참석했던 여직원 대부분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최근 회사내 비정규직 사원들이 하고 있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직원들이 이 사건을 경영진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