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낱알로 살 수 있는지, 주사를 병원에서 직접 맞는 게 가능한지, 처방전을 병의원에서 1장만 발행해도 괜찮은지 등등 분업의 주요 원칙이 불확실해 혼란과 불편을 주기 때문이다.
▼'유예'끝나 낱알판매 금지▼
▽일반약 낱알판매〓약사법이 개정되지 않았어도 의사 처방전없이 살 수 있는 일반약은 약국에서 낱알로 살 수 없다. 의사들의 1차 총파업으로 7월 1차로 약사법을 개정할 때 일반약 낱알판매를 금지시키면서 정해 놓은 5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지난 연말로 끝났기 때문.
의료계는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파업을 되풀이하며 낱알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유예기간 삭제를 요구하고 의―약―정 3자 회의에서 관철시켰는데 일부 환자는 약사법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일반약을 낱알로 살 수 있는 걸로 생각해 약국에 항의하고 있다.
이런 틈을 타 일반약을 낱알로 판매하는 약국이 생기자 보건복지부는 8일부터 1주일간 시도별 합동감시를 벌이고 있다. 복지부 ‘의약분업 특별감시단’은 지난해 11월6일∼12월23일 의료기관과 약국 1만2400곳을 조사해 이중 925곳을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준비중이다.
▼법개정땐 45% 분업 적용▼
▽주사는 어디에서 맞나〓현행 약사법 규정대로라면 빛을 쬐면 변질될 우려가 있거나 냉동 냉장이 필요한 주사(전체의 85%)는 병원이나 의원에서 직접 맞을 수 있다.
복지부는 의―약―정 협의 당시 나머지 15%의 주사제도 분업에서 제외하되 오남용 억제지침을 만들고 주사제 사용빈도를 병의원 평가에 반영하자고 제의했지만 의료계와 약계 모두 거부했다.
그런데 국회가 지난해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다음달 말까지는 차광(遮光)주사제를 분업에 포함시키도록 시행규칙을 고치라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모든 주사를 분업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지 않으면 차광을 포함한 전체 주사제의 45% 정도는 분업이 적용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주사를 맞으려고 병원→약국→병원을 오가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현행법엔 2장으로 규정▼
▽처방전은 1장만 발행?〓현행법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와 약국용으로 처방전 2장을 써야 한다. 의―정협상 당시 의료계는 이를 1장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민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처방전 서식개선 협의회’에서 다루자고 했지만 의―약―정 합의 이후 협의회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동네의원에서는 처방전을 1장만 주는 경우가 대부분. 약국에다 1장을 내고 나면 환자가 처방전을 가질 수 없어 환자는 자신이 무슨 약을 먹는 지 알 도리가 없다. 외국에서는 환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처방전은 환자 본인용 1부, 약국제출용 1부 등 무조건 2부를 발행한다.
복지부 변철식(邊哲植)보건정책국장은 “약사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돼야 그에 따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고칠 수 있는데 국회 일정이 불투명해 분업시행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