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점 때문에 리츠가 시행되면 국내 투자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부동산 유통시장이 투명하지 않고 관리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자칫 ‘개미’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동아일보 부동산팀은 부동산금융 전문기업인 ‘유니에셋’(www.uniasset.com)과 함께 미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 리츠회사와 협회 등을 방문, 운용실태 등을 둘러보고 국내에서 리츠가 조기 정착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바람의 도시, 12월의 시카고는 춥기로 소문난 곳. 이 때문에 겨울이면 피한여행을 떠나는 시카고맨들이 적잖다.
무역회사에 다니다 99년말 은퇴한 존 스미스(60)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시즌 그의 여행지는 호주다. 총 비용은 8000달러. 우리 돈으로 1000만원 가까운 돈이지만 별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고정적으로 받는 연금 외에 리츠 투자를 통해 얻는 수입이 만만찮은 까닭이다.
그는 퇴직후 20만달러를 미국의 주택임대 전문 리츠회사인 ‘홈 프라퍼티즈’에 투자했다. 그리고 1년간 4차례에 걸쳐 투자금의 8%가 넘는 1만7240달러를 배당받았다. 그간 주식값도 16%나 올라 수익률이 24%에 달한다.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상품이지만 스미스씨처럼 리츠에 투자하는 미국인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리츠회사인 ‘에쿼티오피스’의 투자담당 부회장 피터 키스룩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유럽계인 그는 “금액을 기준으로 투자자의 85%가 기관이며 개인도 15%나 된다”며 “일반 주식보다 안전하고 정기적인 현금 배당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한다.
미국 리츠업체는 보통 연간 5∼7%를 배당한다. 리츠는 부동산을 보유, 운용하므로 부침이 적고 안전한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츠 주식값의 변동 폭도 적을 수밖에 없다. 홈 프라퍼티즈의 경우 최근 1년간 주가는 최저 25달러, 최고 31달러로 변동 폭이 고작 6달러였다.
이런 장점 때문에 개인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일반투자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 자금 유동성을 높이고 싶은 기업, 위험 분산이 필수인 펀드 및 기관투자가 등 리츠에 투자하는 투자자층은 매우 다양하다.
시카고 금융중심지인 라살가에 위치한 다국적 투자은행인 ‘에이비엔 암로(ABN AMRO)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부회장 낸시 홀랜드는 “우리 회사가 미국 부동산에 투자중인 5억달러 가운데 95%는 리츠에 투자되고 있다”며 “보통 대형 펀드들은 투자의 위험 분산을 위해 운용자산의 10% 정도를 리츠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2000년 리츠에서 26%의 수익률을 올린 그는 “높은 수익률보다 위험분산 차원에서 리츠를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도 리츠는 세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좋은 투자처.
뉴욕에 사는 에릭 운드버그씨는 자신 소유의 상가를 리츠회사인 ‘시몬’에 넘기고 지분을 받았다. 그는 “리츠 자회사(운영 파트너십)에 부동산을 넘길 때 양도소득세는 부과되지 않는다”며 “일정기간 후 지분을 현금이나 주식으로 교환할 때 양도소득세를 내면 되므로 세금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과세이연’ 효과를 누린다는 얘기다.
우리 기업과는 달리 부동산을 소유하기보다 임대해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한 미국기업들도 리츠를 적극 활용한다. 리츠회사에 부동산을 매각한 뒤 그 부동산을 다시 임대(Sale & Lease Back)해 사용한다는 것. 이를 통해 매각대금을 챙긴 기업은 부동산을 소유할 때보다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미국 총리츠 규모는 25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312조원을 넘는다. 우리나라 3년치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홈 프라퍼티즈의 최고 재무담당자(CFO)인 데이비드 가드너 부회장은 “2000년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리츠주식지수는 17.74% 상승했다”며 “리츠의 안정성과 용도를 놓고 볼 때 미국 리츠 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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