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안기부돈 리스트 유출 당사자들 표정

  • 입력 2001년 1월 9일 18시 35분


96년 15대 총선당시 안기부 돈을 선거자금으로 지원받은 것으로 9일 일부 언론에 보도된 당시 신한국당 출마자 대부분은 “중앙당 지원금을 받았지만 안기부 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상당수 의원들은 “실제 지원금액보다 보도내용이 부풀려졌다”고 펄쩍 뛰었다.

▽한나라당〓15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강삼재(姜三載)부총재는 “내가 선거자금을 나눠주는 사무총장이었는데 내 통장을 따로 만들어 15억원을 넣을 이유가 있었겠느냐”며 “검찰과 여당이 짜고 비열한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돼 있는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당에서 선거비용이나 조직관리비 등으로 받은 돈이 그쯤 되는 것 같다”며 “그러나 그 돈이 국고에서 나온 돈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불가능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6억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데 당시 1000여만원씩 몇 차례 지원받은 기억밖에 없다”며 “검찰이 왜 이런 식으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억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박희태(朴熺太)부총재는 “선거무렵 당에서 4, 5차례 지원받았지만 4억여원이나 되지는 않는다”며 “안기부 자금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닌데 알 도리가 있느냐”고 말했다.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이재오(李在五)사무부총장은 “당시 중앙당에서 기탁금으로 2000만원, 정당활동비로 50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며 “중앙당 지원자금을 문제삼는다면 민주당도 16대 총선자금 지원내용을 밝혀야 한다”고 반격했다.

현경대(玄敬大)의원은 “2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보도됐으나 중앙당에서 지원받은 돈은 1억원도 되지 않는다”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받은 ‘20억원+α’야말로 뇌물로 조성된 돈이거나 안기부 자금일 것”이라고 역공했다.

▽민주당과 자민련〓2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도된 이종찬(李鍾贊)전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여당이나 안기부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며 명단을 공개한 언론사측이 자료의 신뢰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항의했다.

이전의원은 “당시 신한국당 후보였던 이명박(李明博)후보에게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출마도 안한 정인봉(鄭寅鳳)의원에게는 3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돼있다”며 “이같은 사실만 보더라도 언론에 공개된 자료의 신뢰성과 출처에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4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민주당 김명섭(金明燮)의원은 “당시 막판에 신한국당 공천을 받고 출마했는데 상대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와 중앙당에서 돈도 안내려왔다”며 “내가 민주계도 아닌데 4억원을 받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당시 지원금을 받으려고 사무총장이던 강삼재의원을 만났더니 ‘떨어질 지역인데 돈을 왜 주느냐’면서 안줬다”며 “지금이라도 강삼재를 보면 뺨따귀라도 날리고 싶은 생각”이라고 흥분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민련의 한 의원은 “선거 3개월 전부터 조각조각 나눠서 받았는데 2억3000만원이나 됐겠느냐”며 “당시 금융실명제가 실시돼 당이 알아서 ‘떳떳한 돈’을 주는 걸로 생각했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돈세탁’이라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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