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부처와 국회 경찰 유흥업소 업주 등 각자의 입장이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청소년 연령규정에 관한 문제점을 점검해 본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D호프를 경영하고 있는 하모씨(40)를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하씨가 모대학 1학년에 재학중인 한모군(18)에게 소주 1병과 맥주 500㏄ 4잔을 팔았다는 것. 한군은 82년 1월11일생으로 청소년보호법상 성인 기준인 만 19세를 불과 이틀 남겨둔 상태였다.
문제는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한군 같은 대학 1학년생에게 음주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법안을 11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인 점. 지난해 2월 청소년보호위는 청소년보호연령을 ‘만 19세 미만’에서 ‘연 나이 19세 미만’으로 바꾸기로 결정했으며 개정법안은 11일 정부 차관회의에서 논의할 예정.
‘연 나이’는 현재 연도(2001)에서 출생연도를 뺀 숫자. 생년월일이 82년 7월1일인 사람의 경우 2001년이 되기만 하면 연 나이로 19세가 되지만 만 나이로는 2001년 7월1일이 지나야만 19세가 된다. 이에 따라 청소년보호위 개정안대로 법이 예정대로 바뀌면 올해에는 한군 등 82년생 모두가 태어난 달에 관계없이 ‘19세’를 인정받아 성인이 된다.
지난해 2월 청소년보호위의 청소년 나이 관련 법조항의 개정 방침으로 청소년의 법적 나이는 정리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10월 각종 문화관련법안의 개정을 준비하던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애매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현행 영화진흥법, 공연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등 3개 문화관련법은 청소년보호법과 달리 ‘만 18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규제개혁위는 지난해 10월 “두 법의 통일을 위해 문화관련법 연령 규정을 청소년보호법처럼 ‘19세’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위는 이 19세가 ‘만 19세’인지 ‘연 19세’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은 ‘만 19세 미만’이었으므로 이는 곧 문화관련법의 청소년 연령 제한이 ‘만 19세’로 바뀌는 것으로 해석됐다.
혼란은 올해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극에 달했다. 규제개혁위가 당초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던 ‘19세’ 개념을 ‘연 나이 19세’로 바꾸어 제안하긴 했으나 소위는5일 “대학 1학년 중 연 19세가 안되는 사람도 많으므로 잘못하면 이들에게 문화 접촉의 기회를 박탈할 위험이 있다”며 정부안을 거절한 것. 국회 문화관광위 소위는 대신 현행 ‘만 18세’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 19세’를 기준으로 청소년 음주를 단속하고, 청소년보호위는 ‘연 19세’로 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국회는 ‘영화나 음반에 대해서만은 만 18세가 청소년 기준’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소년보호위 김성이(金聖二)위원장은 “그동안 청소년 연령 규정에 대해 정부 각 부처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규정이 통일돼야만 혼란이 사라질 것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각 부처간의 의견 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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