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알>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디지털 무비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온 마모루의 <아바론>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개봉되는데 폴란드에서 올 로케이션 작업을 했다.
<아바론>은 실사영화처럼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한 뒤 대부분의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수정해 실사 영화임에도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갖게한다.
오시이 마모루는 대학시절 영화연구회 활동을 하며 16mm 독립영화를 찍었고 이런 경험이 그로 하여금 실사영화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게 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그의 작품들에는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와 더불어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하는 사색적인 고찰이 담겨져 있다.
-국내 일반시사회에서 관객의 반응이 매우 고무적이다.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는 도쿄에서 1번, 그리고 이번에 서울에서 1번 한 것이 전부다. 젊은 관객들이 많아 인상적이었고 특히 도쿄와 달리 여성 관객들도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새로운 형식의 시도를 관객이 부담스럽게 생각해 혹시 상영도중 영화관 밖으로 나가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모두 열심히 보는 것 같아 힘을 얻었다
-'아더왕의 전설'을 차용한 게임 <아바론>을 토대로 해서 그런지 신화적 요소가 강하다.
<아바론>은 롤플레잉(RPG) 게임의 한 종류로 환상의 섬을 의미하는 아바론에서의 전투가 주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신화들을 좋아하며 아더왕의 전설을 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게임속의 플레이어는 몇 번이고 죽어도 다시 재생이 가능하다.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날수 있다는 게임의 테마와 신화적 요소는 어느 정도 공통분모가 있다고 본다.
-뿌옇게 화면을 리터치한 것이라든지 주인공 애슈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클로즈업이 잦은 것은 굳이 의식적으로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서 클로즈업을 자주하게 되면 갖고 있는 정보를 많이 잃는다는 단점 때문에 자제하는 편이지만, 실사영화에서는 배우의 살아있는 표정이나 행동들을 보여주기 위해 클로즈업이 비교적 자주 사용되는 편이다. 실사의 화면에 애니메이션적인 디지털 작업을 첨가시킨 것은 내가 원하는 그림에 더욱 가까이 가져가기 위해서다. '실제 살아숨쉬는 배우의 애니메이션화'가 내가 추구하는 이상이다.
-폴란드에서 촬영하고 폴란드 스태프와 모든 작업을 했다. 전세계 배급을 목표로 한다면 왜 영어가 아닌 폴란드어로 제작했는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똑 같은 질문을 했다(웃음). 학생때부터 폴란드 영화를 좋아했다. 특히 그 발성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이전부터 영화들을 폴란드어로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관객들이 영화를 귀로 듣기보단 눈으로 들어줬음 좋겠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책 <아더왕의 전설>의 제목만 왜 폴란드어가 아닌 일본어로 표현했는지 궁금하다
책 제목만 일본어로 처리한 이유는 영화속 컴퓨터 관련 언어가 전부 영어로 표현돼 있어서 단조로운 느낌이 들어서다. 폴란드어, 영어, 일본어를 모두 쓰는 것이 다국적인 나의 세계관과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영화감독의 국적이 어디냐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끊임없이 나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제기했다.
-“상상과 현실에 현혹되지 말라”는 마지막 대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 대사는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다. 따라서 그에 대한 해설은 피하고 싶다. 영화를 이해하려고하기보다는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그들이 처한 상황들은 나 자신도 계속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많다. 각자가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느껴보길 바란다.
-영화 후반부에서 성악가가 부르는 ‘아바론’ 음악이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에 흐르는 음악들이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된다고 본다.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맨 먼저 음악을 생각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쭉 작업을 함께 해왔던 카와이 켄지에게도 이점을 강조했다. 영화음악은 감독에게 있어서 중요한 하나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실사영화를 계속할 것인가.
다음 작품은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2>를 준비중이며 몇 년전부터 제작하고 있는 'G.R.M' 작업도 계속 추진중이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하면 영화감독과는 다르게 대우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실사영화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또 아내는 내가 애니메이션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게 더 돈이 되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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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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