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음악속의 과학]선곡-믹싱 '컴퓨터 DJ'가 척척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0분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함을 상징하는 클럽 문화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문화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클럽 디스크자키(DJ)의 인기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잘 나가는 DJ는 하룻밤 공연에 수천만 원을 벌기도 하고, DJ가 직접 프로듀싱한 리믹스 앨범이 젊은이들의 필수품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 턴테이블 판매량이 기타 판매량을 앞질렀다는 통계는 DJ에 대한 젊은이들의 동경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보여준다.

한편 영국 브리스톨에 있는 휴렛팩커드 디지털 미디어 실험실에서는 DJ들을 위협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들은 DJ를 대신해 컴퓨터가 음악을 틀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DJ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은 믹싱, 스크래칭 그리고 저글링. 믹싱이란 서로 다른 두 곡의 비트 속도를 비슷하게 맞춰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주는 기술로서, 클럽에서 음악이 끊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크래치란 레코드판의 특정 부분을 앞뒤로 움직여 독특한 소리를 만드는 기술. 저글링은 두 개의 턴테이블에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믹서를 이용해 같은 비트를 반복해서 틀거나, 둘을 조합해 기존의 음악과 전혀 다른 비트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을 전공한 데이브 클리프와 그의 동료들은 비트 속도에 맞춰 곡 순서를 정한 후, 자유자재로 믹싱과 스크래칭, 저글링 기술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과연 컴퓨터 DJ의 실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영국의 과학 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이를 시험하기 위해 튜링 테스트를 실시했다. 영국의 한 클럽에 45명의 젊은이들을 초대한 후 신나는 음악을 들려준다. 그 중에는 DJ가 직접 편집한 음악과 컴퓨터가 편집한 음악이 무작위 배열돼 있다.

두 경우 모두 DJ가 턴테이블에 서서 마치 자신이 들려주는 것처럼 몸을 흔든다. 과연 그들은 컴퓨터 편집 음악을 가려낼 수 있었을까?

45명 중 40%인 18명이 컴퓨터와 실제 DJ를 가리는데 실패했으며, 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편집한 음악이 더 좋았다고 답했다. 이 테스트에는 전문 DJ도 함께 참여했는데, 그들은 컴퓨터 편집 음악을 골라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컴퓨터 DJ가 갖춘 기대 이상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컴퓨터 DJ가 넘어야할 산은 많다. 그 중에서도, 그 날의 분위기에 맞게 곡을 선택하고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곡의 배열을 바꾸는 피드백 기능은 아직 컴퓨터에겐 무리한 요구다. 컴퓨터 DJ에 관한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을 가장 신나게 만드는 음악’을 편집하는 것. 그렇다면 그들의 연구 결과는 DJ들에게도 유용하지 않을까?

예일대의대 연구원

jsjeong@boreas.med.yale.edu

<신동호기자>@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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