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파머를 따라잡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떠도 어려운 일. 그래 나의 법률지식과 골프경험을 접목해보자.’
무명선수는 과감히 골프채를 꺾었다. 그리고는 곧장 파머에게 달려갔다.
“파머, 자네는 골프만 열심히 치게. 자네가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내가 모든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 말이야.”
세계 최대의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MG(International Marketing Group)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무명 골퍼는 다름 아닌 IMG 회장 마크 맥코맥.
▼33개국 지사…슈퍼스타 70% 거느려▼
명문 예일대 법대를 졸업한 ‘샌님 변호사’에서 스포츠 비즈니스의 창시자가 된 맥코맥은 이후 경쟁자 없는 무풍지대를 질주한다.
잭 니클로스, 게리 플레이어 등 파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골프스타와도 계약에 성공한 그는 차츰 다른 스포츠에도 발을 넓혀가기 시작한다.
40년이 흐른 현재 IMG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전세계 슈퍼스타의 70%를 휘하에 거느리고 33개국에 85개의 지사를 포함해 105개 관련회사에서 3000명 이상의 직원이 활동하는 거대기업이 됐다. 미국에서 중앙정보국(CIA) 다음으로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회사로도 평가된다.
IMG는 옛 대영제국처럼 ‘해가 지지 않는 기업’. 전세계에서 IMG 관련 이벤트가 하루 평균 9개 이상 진행되고 있다. 이젠 선수가 제 발로 찾아와 계약을 하길 원한다. 선수들은 일단 IMG와 계약을 하면 ‘나도 이제 스타가 됐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IMG가 선수 매니지먼트만 한다고 생각하면 ‘빙산의 일각’을 본 것에 불과하다. 선수 에이전트는 전체 수입의 10% 수준. IMG는 각종 스포츠 경기의 대회 주최, 스폰서 유치, 경기 단체 마케팅, 라이선싱, TV 중계권 판매, 방송물 제작, 방송사 컨설팅, 스포츠 아카데미, 경기장 전시회 관리, 기업재정 회계업무 등을 총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란 게 한국지사장 이정한씨의 설명이다.
그뿐인가. IMG의 자회사인 TWI(Trans World International)는 연간 약 5000시간 이상의 스포츠 방송물을 제작해 200여개국에 배급한다. 메이저리그 국제사무국(MLBI)의 TV중계 방송사 선정에도 관여한다.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중계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식 대행도 했다.
▼연매출 10억달러…매년 10%씩 성장▼
IMG의 매출액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가 넘는다.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이 정도 매출액이면 웬만한 그룹사 수준. 그러나 IMG는 아직도 패밀리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가족경영의 보수적 운영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
맥코맥 회장은 80년대 한국에도 번역됐던 밀리언 셀러 ‘하버드에서 배워주지 않는 것’이란 책의 저술자로도 유명하다. 이제 파머를 능가하는 스타가 된 그는 자신도 인기 저술가로서 IMG의 에이전트를 받고 있다고 한다.
▼IMG와 한국스포츠 관계▼
IMG는 96년 한국지사가 설립되기 훨씬 전부터 한국 스포츠의 ‘큰손’ 역할을 해왔다.
83년 비외른 보리와 지미 코너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빌리 진 킹의 서울대결을 주선한 것을 시작으로 85년 아널드 파머의 스킨스게임, 95년 세계여자골프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급성장하는 한국의 스포츠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한국지사가 세워졌고 현재 이정한 지사장을 비롯해 모두 13명의 직원이 활동 중이다.
국내에 거점을 확보한 IMG는 90년대 후반 들어 새로운 변혁기를 맞이한다. 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 스키 월드컵대회, 스타즈 온 아이스쇼, 그리고 최근에 세르히오 가르시아, 제스퍼 파네빅, 마루야마 시게키, 최경주가 기량을 겨룬 SBS 인비테이셔널 골프대회 등을 개최했다.
한국선수의 해외진출에도 이바지했다. 99년 삼성물산으로부터 박세리에 대한 권리를 이양받아 미국 및 국내에서 매니지먼트 수행 중인 것을 비롯해 프로골퍼 최경주, 테드오, 김성윤과 여자 유망주 이정연, 보스턴 레드삭스의 이상훈, 피겨 샛별 남나리 등이 IMG의 품안에 들어왔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