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베푼다. 그러기에 자연은 강하고 위대하다.
어니스트 미란다. 멕시코계 미국인인 그의 생애는 추악했다. 1963년 18세 소녀를 납치해 강간하는 등 수 차례 강도 강간 등 흉악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를 드나들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법과 인권의 역사에 찬란히 빛난다. 1966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그가 애리조나 주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주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때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소판결을 내려 석방되도록 했다. 그로 인해 이른바 ‘미란다원칙’이 확립됐다. 아무리 흉악범일지라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 즉 형사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법 자체는 이같이 자연처럼 공평하다. 추악한 미란다에게도 ‘법의 적정 절차(Due Process)’를 지키도록 했고 이로 인해 그는 법과 인권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 수사는 어떤가. 범행 내용은 추악하다. 그러면 그 진실을 파헤치는 검찰의 수사는 적정 절차를 밝고 있는가.
정치권의 ‘수사 브리핑’과 명단유출 등에서 보듯 수사의 정치적 중립을 의심케 하는 일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또 검찰은 10여 차례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하는데 그것만 가지고 수백개의 계좌를 합법적으로 추적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 검찰이 미란다라는 ‘추악한’ 범죄자를 ‘아름다운’ 이름으로 남도록 원인을 제공한 미국 경찰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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