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자는 뭐야?” 옆자리의 친구가 물었다.
“응, 여자 구두야.”
“너 여자 생겼구나. 올해는 국수 얻어먹을 수 있겠네. 눈을 낮춰야 노총각 신세 면한다는 내 말이 맞지?”
“특별히 누구 주려고 산 게 아니야. P사 구두인데 뉴욕에서 쇼핑몰에 갔더니 국내의 3분의 1 값이더라고.”
친구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P사 제품이면 국내에서 40만∼50만원을 줘야 살 수 있어. 그래도 그렇지, 신을 사람 발 치수도 모르고 구두를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한국과 치수 단위가 달라서 눈대중으로 골랐어. 주변에 이 구두가 발에 맞을 것 같은 여자에게 주면 되지 뭐. 아무튼 싸게 샀으니 돈 벌었잖아.”
“네가 이제는 ‘신데렐라’를 찾는구나.”
<이은우기자>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