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바꾸느니 잘게쪼개 예치"...예금부분보장제 이후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30분


적잖은 예금주들이 지난해 말 예금부분보장 한도인 5000만원 이하로 잘게 ‘쪼개’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올 1월 부분보장제도가 도입됐지만 우량은행으로의 예금 이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어떻게 달라졌나〓11개 시중은행의 1999년 말과 2000년 말 5000만원 이하 개인 예금(신탁상품 제외)을 비교한 결과 ‘총 예금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의 비율이 적게는 1.3%포인트(신한은행)에서 많게는 9.6%포인트(서울은행)까지 늘었다. 특히 ‘5000만원 이하 예금’의 총수신은 하나은행이 전년보다 55% 늘어났으며 그 뒤를 △조흥 52.8% △신한 40.8% △한미 40.0% 등이 이었다.

한편 각 은행 예금의 구성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른바 비우량 은행이 우량 은행에 비해 ‘총 예금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의 비율’이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졌다. 이들 은행의 파산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때문. 이에 비해 우량 은행은 총 예금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의 비율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5000만원 이하 예금 자체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5000만원 이하로 신규 가입 예금이 많았음을 의미하는 것.

▽신용금고의 변화가 더 컸다〓이런 분산 예치는 상대적으로 파산의 위험이 큰 신용금고에서 두드러졌다. 서울 여의도의 프라임금고는 총 예금 중 5000만원 이상 예금 비율이 1999년 말 약 60%에서 2000년 말엔 20%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금고의 수신부 김상훈차장은 “지난해 초부터 부분보장제도 도입에 대비해 만기를 조정해 예금을 받았다”며 “체질을 바꿔야 고객도 금고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솔금고의 한 관계자는 “2년 전에는 매월 이자를 받는 정기예금이 전체의 20%에 불과했지만 올 신규 가입에선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금고가 파산해 예금보험공사가 대지급할 때는 금고의 ‘약정 금리’보다 낮은 은행의 평균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미리 받아놓자는 계산. 금융기관의 ‘발언권’이 예금주보다 커진 기현상도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비은행감독국 정기승 국장은 “고액 예금주일수록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손해가 커 이전처럼 예금을 내놓으라고 큰소리치기 어려워졌다는 것도 예금부분보장제 도입 후 달라진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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