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특급 용병 맥클래리 '백점 용병 만점 아빠'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50분


왼쪽부터 아내 미셸, 맥클래리, 딸 엘레야.
왼쪽부터 아내 미셸, 맥클래리, 딸 엘레야.
‘홈 스위트 홈.’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외국인 포워드 아티머스 맥클래리(28)가 한국 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지난해 12월16일 아내 미쉘(27)과 갓 돌을 지난 딸 엘레야가 한국을 찾은 뒤 온 가족이 경기 용인시 수지의 25평 아파트에서 단란한 살림을 차렸다.

11일 청주 SK전을 끝낸 맥클래리는 이날 밤 12시 가까이 수지의 삼성 숙소에 도착, 짐만 놔두고 합숙하는 동료들의 부러운 시선을 뒤로한 채 차로 5분 거리인 집으로 향했다.

시즌 초반 두 달 동안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서 맥클래리는 집안 걱정과 객지에 홀로 떨어진 외로움에 시달렸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하지만 아내가 직접 해주는 음식을 먹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돌보는 재미에서 엔도르핀이라도 솟구쳤던지 코트에 서면 더욱 펄펄 날고 있다.

쉬는 날이면 맥클래리는 아내와 함께 분당의 대형 할인맥장을 찾아 한번에 열흘치 식료품을 사는 데 30만∼40만원을 쓴다. 유니폼을 입으면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은 그도 부엌에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프라이팬에 만두를 지지며 오븐에 치킨을 굽는 등 집안 일도 즐겁게 하고 있다. 체육관에서 훈련을 마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집으로 달려간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식사도 늘 집에서 하며 언제나 가족만 생각할 정도로 정말 가정적”이라고 말했다.

한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정도로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집이 있는 맥클래리는 “너무 추워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유별나게 추운 한국의 겨울이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전근을 앞두고 때마침 휴가를 얻어 한국에 온 아내 미쉘은 “눈을 실컷 봐 즐겁다”며 행복한 표정. 자상하게 쓰레기 분리수거에 대해 알려주고 음식도 나눠 먹는 한국의 이웃사촌이 고맙단다. 그녀 역시 오며가며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과 정답게 눈인사를 나누고 아래층에 사는 초등학교 학생에게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 영어를 가르쳐 주고 있다.

삼성 썬더스의 단독선두를 이끌며 올 시즌 최고 용병으로 떠오른 맥클래리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 재계약이 확실시된다. 웃음꽃을 피워가며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고 있는 맥클래리 가족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도 된 것 같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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