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위험한 언론관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5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요즘 언론을 보는 시각은 한마디로 '자유는 최대한 누리면서도 그 책임은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언론 자율개혁'에 맡겨놓을 수만은 없으며 시민단체 등 외부 힘을 빌려서라도 언론의 행태를 뜯어고칠 때가 됐다고 보는 것 같다.

김대통령은 11일 연두회견에서 "언론자유는 지금 사상 최대로 보장돼 있다. 언론도 공정보도와 책임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합심해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사회 각 부문의 개혁이 요구되는 시대적 관점에서 언론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직접 언론개혁을 요구하고 그 방법론까지 제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역기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치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특히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합심해서…'라는 김대통령 발언 밑바닥에 혹시 '언론개혁'이란 미명아래 포퓰리즘적 수법을 동원해 언론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저의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김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기본 인식이 자의적(恣意的)이라는 점이다. 김대통령의 말을 뒤집어보면 지금의 언론이 불공정한 보도와 무책임한 비판을 일삼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그러나 집권자의 입장에서 '불공정 보도와 무책임한 비판'을 거론하는 것부터 공정치 못하다. 언론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다. 그런데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최고집권자가 언론이 불공정하고 무책임하다고 단정한다면 그야말로 일방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시점도 맞지 않다. 최근 잇따른 '의원 꿔주기' 등 정도(正道)를 벗어난 권력행태에 대한 언론보도는 당연히 비판적이다. 그런 시점에 김대통령이 새삼스레 '언론의 공정보도와 책임있는 비판'을 강조하고 나서니 그간의 잘못과 실정(失政)의 책임을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게 아니냐, '강한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등의 의혹마저 이는 것이다.

독자인 국민이 언론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것을 언론사가 수렴해 자체 반성과 개혁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상품'으로서 존재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언론현실이다. 언론개혁 또한 자유시장의 경쟁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순리다.

언론자유의 본질을 해칠 위험성이 큰 어떤 시도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권력이 이래라 저래라하는 식의 언론개혁은 그 어떤 포장에도 불구하고 '언론탄압'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