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리찌바는 대체 어떤 도시이길래 이같은 찬사를 받는 것일까? 이 책이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꾸리찌바를 직접 답사하고 그 매력의 비밀을 탐색한 책. 저자는 경제학 석사로, 대전지역에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운동가. 저자는 인세의 전부를 ‘서해안 천수만 황새 서식지 매입자금’에 기탁할 계획이다.
이 책이 전하는 꾸리찌바 매력의 핵심은 생태환경과 인간 문화 역사가 평등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 도시의 공기를 캔에 담아 1달러짜리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다는 사실에서 꾸리찌바의 환경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16세기 중엽 포르투갈 식민주의자들이 깃발을 꽂으면서 도시로 출발한 꾸리찌바. 1950년대급속한 인구증가, 환경오염, 교통체증, 문화유적 훼손 등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였고 1970년대 들어 드디어 꾸리찌바의 화려한 변신이 시작됐다.
저자는 우선 꾸리찌바가 4차원의 혁명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철저한 토지 이용계획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대중교통체계를 이룩한 물리적 혁명, 녹색공간으로 둘러싸인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기반을 구축한 경제적 혁명, 교육 보건 주택 등 복지부문에 대한 민간 공공부문의 투자를 결합한 사회적 혁명, 유적지와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창출한 문화적 혁명.
이제, 저자를 따라 도시 곳곳을 답사해보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독창적인 교통체계다. 꾸리찌바엔 지하철이 없다. 버스를 땅 위의 지하철로 삼아, 입체적인 대중교통노선을 개발해 교통난을 해소했다. 지하철 건설비의 1/80∼1/100로 시속 30㎞의 속도를 내는 성과를 거뒀다. 국지버스 급행버스 등으로 구분해 완벽한 환승시스템을 마련했다. 버스승강대와 동일한 높이의 플랫폼 정류장을 만들어 장애인이 아무런 불편없이 승하차할 수 있다는 점, 소득수준에 따라 교통요금을 차등화했다는 점도 꾸리찌바의 자랑이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교통체계로 평가받는다. 100㎞나 되는 자전거 도로, 보행자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의 완벽한 보행자 도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두가 자동차보다 인간을 우선하는 교통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도시 같았으면 철거해버렸을 오래된 옛건물도 꾸리찌바에선 소중한 삶의 공간이다.
탄약창이었던 곳은 연극공연장으로, 버려진 본드 공장은 창조문화센터로 재활용하고 있다. 꾸리찌바 시민들이 역사적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권리와 이전 비용을 주고 그 건물은 그대로 보존한다. 역사적 문화유산을 현재의 삶과 문화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또한 시청은 꾸리찌바의 토지에 관한 정보의 세세한 변동사항을 즉시 공개한다. 이것은 토지 관련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발생하는 투기를 예방한다. 저소득층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한 ‘지혜의 등대’라는 이름의 도서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환경개방대학, 각종 폐기물을 생필품과 돈으로 교환하는 시스템도 이곳의 매력. 유토피아처럼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꿈꾸기에 충분한 도시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저자는 먼저 저렴한 비용을 지적한다. 지하철 대신 버스교통체계를 마련한 것이나 폐전차의 객차를 탁아소로 활용하는 것이 그 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렴하다는 것은 검소함이고 단순함이며 정직함이다. 도시 행정은 그렇게 복잡한 것은 아니다. 도시 운영에서 검소함을 배워야 한다.”
또한 도시 행정의 기본은 창조적인 상상력이고 도시계획을 하나의 종합예술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것은 창조적인 실험과 용기이며 거기엔 문화적 역사적 상상력이 가득하다.
책을 읽다 보면 꾸리찌바 시민들의 당당한 보폭에서 그 도시의 건강함이, 도로를 질주하는 자전거의 바큇살에서 그 도시의 투명함이 전해온다. 꾸리찌바는 분명 빛나는 도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