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SBS<여인천하>로 안방극장에 돌아온 강수연

  • 입력 2001년 1월 15일 15시 51분


"이게 제 결혼발표 기자회견이라면 여기 오신 기자 여러분들이 더 좋아했겠죠. 하지만 저는 지금 결혼발표 못지 않게 떨리고 긴장돼요. "

16년 만에 TV 드라마에 출연하는 영화배우 강수연(34)의 첫마디이다.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 제작발표회에서 강수연은 "떨린다"는 말과는 달리 시종일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 모습을 보였다. 85년 MBC <당신> 이후 오랜만에 나서는 안방극장, 그것도 방송사가 야심적으로 준비한 대형사극의 여주인공으로 나서게 된 그녀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적절한 농담으로 섞어가며 대답해 '월드스타'다운 관록을 보여주었다.

- 그동안 '영화만 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는데, 그 결심을 바꾸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

영화만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영화를 사랑하고, 많은 사랑과 은혜를 영화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영화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다. '정난정'이란 인물을 떠나서 내가 방송에 출연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자체를 놓고 고민을 했다. 이제는 많은 대중을 보다 가까이, 쉽게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결심한지 얼마 안됐다. 5∼6회 대본을 받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또 오랜만에 출연하는 TV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컨디션'을 제의받았다.

- 좋은 '컨디션'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영화는 TV와 작업 방식이 다르다. 연기하는데 참 편하다. 하지만 TV는 솔직히 옷을 다 벗고 대중 앞에 서는 기분이다. 정말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좋은 '컨디션', 즉 조건이란 이런 내 불안감을 없애는 것들이다. 우선 연출자 김재형 감독은 내가 예전 드라마에 출연하던 애기때 너무 무서웠던 선생님이었다. 그 후는 TV에서 그분의 드라마를 팬의 입장에서 봤다. 너무 힘있고 연기자의 연기를 끌어낼 줄 아는 연출자이다. 이런 연출자의 역량이 일단 조건의 50%이다. 그리고 나머지 스튜디오 녹화에 대한 내 두려움을 해소하도록 방송사에서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드라마 스튜디오에 서본지 하도 오래돼 겁이 난다. 조명이나 스태프들의 작업, 의상, 분장 등 모든 부분이 낯설고 부담이 된다. 그런 점에서 최대한 안정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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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조건에 출연료 부분도 포함되었나? 방송3사에서 연기자 출연료 상한선에 대한 협정을 맺을 것을 알고 있나?

연기자로서 출연료는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물론 방송3사에서 정해놓은 개런티의 상한선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선 내에서 결정했다. 개런티 외에 '플러스 알파'라면 내가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다.

- 자신이 연기할 정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가 ?

자기 환경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한 여인이다. 조선시대 여인, 그것도 서녀로 태어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그런 삶에서 대비와 마주 서서 힘을 겨룰 정도였다면 정말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대본을 받고 그녀의 삶을 접하면서 '이런 여자도 이렇게 살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재형 PD가 강수연씨에 대해 "화산같은 연기자"라고 말했는데…?

알고보면 굉장히 부드러운 여자인데. 가슴 속에 화산같은 것은 없다. 아마 김감독이 나에게 화산을 품게 해 줄것으로 기대한다.

- <여인천하>에 출연하게 되면 당분간 영화 출연이 어려울 것 같은데 ?

나는 영화든, TV든 동시에 두 가지를 못한. 다행히 다음 영화들이 준비 작업이 오래 걸려 드라마를 하는 동안은 드라마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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