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수합병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위한 인수합병이다. 새로 태어나는 회사는 소비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이윤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지배력’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내도록 만들 수 있다.
합병을 정당화할 만큼 시너지효과가 강력한 것인지 미리 알기는 매우 어렵다. 적절한 사례가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고통스러운 결혼’이다. 두 회사가 자동차 디자인과 생산라인에서 얻게 될 경비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채 기업문화의 충돌이 빚어내는 비용은 분명해졌다.
이와는 반대로 시장지배력을 겨냥한 합병은 복잡한 수식이 필요하지 않다. 스탠다드 오일사가 미국의 석유산업을 지배했을 때 소유주 존 D 록펠러가 쌓은 재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주의 인수합병 바람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AOL 타임워너 합병에는 시너지의 수사학이 이용됐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케이블 사용자에게 AOL 서비스를, AOL 사용자에게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강요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도 FCC는 새로 태어나는 미디어 거인의 시장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AOL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경쟁사에 개방하는 등 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는 AOL 타임워너가 그들의 약속대로 시너지에 의해서만 이윤을 올리도록 한 것이다.
한편 AA의 TWA 인수안은 시너지보다는 시장지배력과 관련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항공업계 전반에 인수합병 바람을 더욱 거세게 만들 것이다. 또 막강해진 시장지배력으로 소비자들을 빼앗기지 않고도 항공료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거래를 막아야 하는가. 불행히도 TWA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고 다른 기업의 인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떤 사람들은 정부에서 좀더 냉철한 시각을 가지고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을 효과적인 경쟁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몰고 가길 바랄 것이다.
시너지를 겨냥한 합병이고 그 효과가 구체화되면 기업에는 최상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지배력을 위한 인수합병이라면 막거나 제한해야 한다. 즉 좋은 합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혹자는 그런 경계가 계속될 것인지 궁금해할 것이다. FCC가 만장일치로 AOL 타임워너의 합병을 승인하기 전 공화당원 출신 위원 두 명이 합병의 제한 조건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앞날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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