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박세리 "다 버리고 확 바꿨다"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50분


지난 동계훈련 중 ‘모든 것’을 바꿨다.

그리고 번번이 우승 일보 직전에서 고개를 떨궜던 지난해 아픈 기억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박세리(24·아스트라)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오기와 하루 8시간의 뼈를 깎는 동계훈련, 그리고 여태까지의 모든 것을 확 바꾼 것이다.

우선 스윙의 크기를 줄였다. 전담코치 톰 크리비의 의견에 따라 백스윙톱을 낮추는 대신 플래트한 스윙으로 임팩트 때 힘을 더 실을 수 있어 거리와 방향이 좋아졌다.

특히 어드레스 이후 클럽헤드를 허리선까지 두세 차례 들어올리며 스윙궤도를 입력하는 모습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 또 아이언도 ‘캘러웨이 X―14(주조)’에서 ‘토미아머 845 evo v―25(단조)’로 바꿨다. 단조는 주조에 비해 정확도가 높지만 스위트스포트를 놓칠 경우 거리 손해가 큰 것이 단점. 하지만 박세리는 한달 만에 적응을 마쳤다.

15일 벌어진 3라운드에서 특히 눈에 띈 변화는 쇼트게임이었다.

지난해에는 레귤러온에 실패하면 왠지 불안해 보였고 미스샷을 연발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9번홀(파4)에서 20m짜리 칩샷을 그대로 버디로 장식하며 같은 조에서 우승을 다퉜던 페니 하멜(미국)을 1타차로 추격했다.

이날 결정적으로 하멜의 기를 꺾은 것도 14번홀(파4)에서 그림 같은 칩샷으로 낚은 버디. 하멜은 홀컵 2m50지점에 투온시켰지만 박세리의 두 번째 샷은 홀컵을 지나쳐 홀컵 7m거리의 에지에 멈춰섰다. 하지만 후반 11개홀에서 무려 7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상승세를 탄 박세리의 칩샷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에 충격은 받은 하멜의 버디퍼팅은 홀컵을 돌아나왔고 1타차로 오히려 역전당한 하멜은 이후 보기 2개를 범하며 자멸하고 말았다.

‘크로스핸드’에서 다시 복귀한 ‘오버래핑’ 퍼팅그립은 캐디 콜린 칸의 정확한 라인읽기에 도움받아 줄버디를 연출하며 톡톡히 효과를 봤다.

15번홀(파5)에서 하멜이 7m짜리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다시 동타를 만들었지만 박세리는 2m50의 부담스러운 거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디를 잡아낸 덕택에 이후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4타차의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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