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다시뛴다]강유식 LG구조조정본부장

  • 입력 2001년 1월 15일 18시 54분


LG그룹 강유식(姜庾植·사진)구조조정본부장은 8일 올 한해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 윤곽을 마무리지은 뒤 담배를 피워 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말부터 한달 가까이 씨름해온 어려운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LG의 올해 경영모토는 ‘기본에 충실한 내실경영’. 강본부장은 “무리하게 일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현금창출에 주력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별반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전략이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이 워낙 불투명하므로 고심을 거듭해야 했다.

LG는 작년말 IMT―2000(차세대 이동통신)과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느닷없이 불거진 자금 악화설을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가 맞닥뜨린 최대 고민은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설정한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야할지 여부. 일단 디지털가전과 정보통신 관련 장비, 바이오 화학 에너지 분야에 투자 재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보통신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좀더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보통신 사업 전반의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짓자”는 쪽으로 정리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움츠러드는 것도 아니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투자재원으로 6조7000억원을 마련하고 연구개발(R&D)에 작년보다 13% 증가한 1조7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11% 늘어난 102조원으로 잡아 그룹 창립 50여년 만에 처음 100조원대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LG가 잇단 실패로 어려움에 빠졌지만 역설적으로 세간의 관심은 LG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2년 전 정부 주도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로 LG반도체를 넘겨받은 현대전자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LG가 현대전자를 인수하는 ‘역(逆)빅딜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강본부장은 “내부 구조조정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현대전자를 인수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IMT―2000 동기식 사업에도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계열사인 데이콤의 이사진 절반을 사외이사로 채우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인 뒤 참여연대로부터 “오너에 대한 충성에 매몰되지 않는 전문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평소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 그의 선택은 올해 LG그룹의 위상은 물론 재계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거리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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