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양편에 심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나무들이 쭉 늘어서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무 사이사이에 일률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지주목(支柱木)은 왠지 어설퍼 보이기도 했다.
▶대전시 동구 낭월동에서 하소동에 이르는 17번 국도 플라타너스 거리
사실 이곳은 필자가 생태마을답사, 환경캠프등의 행사를 진행하느라 금산을 다니면서 여러차례 지나쳐 익숙한 곳. 그때는 길가에 있는 플라타너스들을 아무 생각없이 보면서 "가로수가 참 멋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와 사뭇 느낌이 다른 것은 '아름다운 거리 숲' 심사라는 부담감을 안고 찾아왔기 때문일까.
이곳 대전시 동구 낭월동에서부터 하소동까지 이르는 17번 국도에는 2000그루 이상의 플라타너스들이 심겨져 있다. 1960년대부터 심겨졌다고 하니 그 역사가 참 오래됐다.
차를 타고 국도를 쭉 달리며 좌우를 바라보니 마치 나무터널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알고보니 일부러 가지들을 다듬어 길안쪽으로 구부러지는 터널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햇빛이 들고 나는 것이 중요한 벼농사 시기에 이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 벼농사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 목적이야 어찌됐든 새로운 가로수의 모형을 만들어냈음은 분명했다.
▶나무들이 확연히 안쪽으로 구부러져 도로를 감싸안는 듯한 '나무터널' 모양을 하고 있다
이곳 국도의 한편은 마을이고 다른편은 논. 심사단이 이곳을 찾은 시기가 마침 가을의 끝자락이어서 국도 양편 논과 마을에 낙엽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갈색으로 물든 넓은 잎의 낙엽들이 논두렁과 마을 집앞의 마당에 가득했다. 흙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해질녘 농촌의 마당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낙엽들은 '나무터널'모양의 플라타너스 거리와 어우러져 따뜻함과 아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심는 가로수가 바로 플라타너스. 유난히 공해에 잘 견디어 서울같이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에서도 변함없이 싱그러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플라타너스의 우리말 이름은 '버짐나무' 인데 얼룩얼룩 하얗게 벗겨진 이 나무의 수피가 마치 버짐이 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우리말 이름이 썩 아름답진 않지만 이름과는 달리 플라타너스는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뽐낸다.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 볼만하며 노오란 빛이 도는 가을의 낙엽 또한 일품이다.
마침 가을비라도 내려 길에 떨어진 낙엽을 밟는다면 최대의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플라타너스는 가을에 조랑조랑 매달리는 열매를 맺기도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플라타너스를 '방울나무'라고 부른다. 조랑조랑 매달린 열매를 보면 정말 귀여운 방울 같아 그 이름을 쓰는 모양이다.
확실히 버즘나무보다는 방울나무가 어감상으로나 의미상으로도 훨씬 나은 것 같다. 통일이 되어 이곳 대전시 플라타너스거리가 방울나무길로 불렸으면 하는 야무진 꿈도 갖게된다.
홍혜란/생명의 숲 사무처장 forestfl@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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