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작전세력’이라고 하는 집단에 가담했던 것. 겉으로는 인터넷상의 평범한 동호회였지만 한 번씩 코스닥의 특정 종목을 정해 집단 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내다파는 전략을 구사하는 곳이었다. 이를테면 ‘작전 동호회’인 셈.
김씨는 첫번째는 매도 타이밍을 놓쳐 수천만원의 원금을 모두 까먹었지만 두번째는 500%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인터넷상에는 이런 종류의 동호회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큰손’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개미’들의 힘만으로도 주가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시장. 바로 이것이 코스닥의 현주소다.
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작전을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코스닥이 왜곡된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우선 유통되는 물량이 발행 물량의 40%에 불과해 찾으려든다면 작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종목은 수도 없이 널려 있다는 점. 심지어는 허수 호가를 이용하는 ‘나홀로 작전’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9월 B증권 K지점의 한 개인투자자는 16회에 걸쳐 1200만주에 달하는 허수 주문을 내 매수세를 유도한 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처분해 약 2시간만에 2억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
코스닥 기업에 투자된 자금의 ‘질’이 전반적으로 우량하지 못하다는 점도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코스닥 기업에는 등록하기 전 장외시장에 있을 때 사채시장의 자금이 상당수 흘러들어와 있다. 증권업협회 한 관계자는 “사채 자금은 특성상 짧은 기간 주식을 보유하면서 고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면서 “일부 사채업자들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주주와 결탁, 작전을 구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작전이 횡행하다보니 자연히 작전을 뒷받침해줄 루머도 난무하고 있다. 외자유치설, 공급계약설, 유무상증자설 등 갖은 ‘설’들이 시장 주변을 떠돌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소문에 대해 코스닥증권시장이 조회 공시를 요구하더라도 ‘검토중’ ‘확정된 바 없음’ ‘추후 재공시하겠음’ 등의 답변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나스닥은 루머와 함께 주가가 급변하면 일단 매매를 정지시킨다. 그런 다음 조회공시에서 적절한 답변이 있으면 곧바로 매매를 재개시켜 주고 있지만 코스닥은 올 하반기에나 이같은 시스템이 가능할 전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코스닥의 불성실 공시는 기업이 훨씬 많은 거래소의 1.5배에 이를 정도였다.
이처럼 작전성 거래를 둘러싼 불법적 행태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감시기관도 알고 있지만 이를 일일이 적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협회 박병주감리부장은 “협회 성격상 회원사인 증권사들 위주로 감시할 수밖에 없어 실제 불법 행위를 주도하는 개인이나 특정 세력에 대한 감시는 취약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특정 거래에서 수상한 징후가 적발되더라도 이를 추적해 들어가서 불법행위를 적발해 내기까지는 수개월씩 걸리는 실정이다.
작전과 루머의 난무와 함께 단타를 일삼는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도 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데이트레이딩은 가격 변동폭을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코스닥의 전체 거래 가운데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40%에 이르는 실정이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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