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다]벤처 키우는 '인터넷재벌'
소프트방크 손정의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48분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44) 소프트방크 사장은 2, 3년 전만 해도 ‘동양의 빌 게이츠’란 별칭으로 불렸다. 그러나 사업확장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는 ‘인터넷 재벌’로 자주 불리고 있다. 일본사회가 그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아류(亞流)’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존재로 인정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1981년 컴퓨터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소프트방크로 시작한 손사장은 현재 야후를 비롯해 세계 600여 유망 인터넷 기업의 주식 5%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출자회사가 1년 전 140개사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1994년 주식을 공개한 이후 불과 6년 만의 일이다. 몇 년 안에 1000개사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실현되면 세계의 인터넷 네트워크가 머지않아 손사장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 같다.

이같은 성장의 비결은 인터넷 비즈니스와 금융을 연결하는 ‘시가총액’ 경영방식. 성장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한 다음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늘어나면 이를 담보로 금융권 자금을 끌어들여 다른 사업에 투자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인터넷 붐을 타고 손사장의 이같은 경영방식은 무서운 힘을 발휘했다.

지난해 인터넷 관련 회사의 주가가 폭락해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은 최고였던 때에 비해 20분의 1로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투자여유는 있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소프트방크가 세계에 투자한 금액은 5599억엔인데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은 2조6686억엔. 투자금액의 4.8배로 키운 것이다.

인터넷을 특정분야의 사업도구로서만이 아니라 세계를 하나로 엮는 ‘네트워크 인프라’로 남들에 훨씬 앞서 판단한 점도 높이 평가된다. 그는 특정 기업의 성공 여부보다 인프라 확보에 비중을 두고 세계적인 규모의 사업방향과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세계 최대 컴퓨터관련 전시회인 컴덱스를 인수해 벤처기업으로 하여금 ‘장터’에서 맘껏 제품을 선전하도록 해줌으로써 세계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준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손사장의 ‘인터넷제국’ 구상은 지난해 한층 더 구체화됐다. 오릭스 도쿄해상화재보험 등과 함께 일본채권신용은행(뒤에 아오조라은행으로 개명)을 인수하는가 하면 미국 나스닥과 손잡고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나스닥저팬을 개설했다. ‘벤처기업을 발굴(투자)하고 영양분(융자)을 주며 키운 뒤 결실(상장 후 주식매각)을 거둔다’는 일련의 구상을 완성한 것이다.

그는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와 합작사를 설립해 개발도상국 인터넷부문에 투자키로 하는 등 사업확대를 향한 발걸음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손사장이 올해 성장분야로 주목하는 것은 초고속통신과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초고속통신이 실현되면 이에 따른 새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인터넷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B2B시장도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해 미국 아리바사와 제휴해 사업을 시작했다.

규슈(九州) 사가(佐賀)현의 번지도 없는 도로변에서 재일 한국인 3세로 태어나 16세 때 미국으로 단신유학해 명문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집념의 사나이. 소프트방크 출범 당시 시간제로 고용한 직원 두 명을 앞에 두고 “1조엔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망상 같은 포부를 밝혔던 손정의. 그는 거대한 인터넷 제국의 왕좌에 올랐지만 미래를 향한 도전은 멈출 기색이 없다.

▼손정의 사장과 한국…두루넷등 19개사 567억원 투자▼

손정의 소프트방크 사장의 한국 투자는 주로 91년 설립한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이뤄졌다.

현재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야후코리아 두루넷 등 19개사에 567억원 규모.

투자금액으로는 미국(약3조3000억원)이나 일본(약 2조원) 중국(약 750억원)에 훨씬 못미치지만 투자수익률로는 단연 으뜸.

99년말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18개사에 300억원을 투자한 것이 불과 1년여만에 시가총액 463억엔으로 15.6배나 불어났다. 한국 벤처시장의 역동성을 파악한 손사장의 투자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손사장은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 2004년까지 1억달러(12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확인했다. 한국 벤처업계 중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B2B 부문.

그는 “2001년 한국시장에서 B2B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한국경제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한국 일본 중국을 연결하는 B2B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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