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감원,'은행원에 대출책임 안묻겠다'…반응은 '시큰둥'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40분


“대출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금융감독원이 17일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대출해준 기업이 부도가 나도 은행원을 처벌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이에 대한 은행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웃긴다’이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은 자금난이 심화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라고 말했다. 외국은행인 CSFB 관계자는 “신용경색이 극심했던 98년에는 3개월마다 은행원 면책문제가 거론됐다”며 “그런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현명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장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해도 승진이나 명예퇴직 때 반드시 불이익을 받곤 한다”고 지적했다.

99년 8월 대우문제 처리 때도 은행원들이 대우계열사에 대한 신규대출을 거부하자 이헌재(李憲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 “은행원의 책임을 묻지 않고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미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은 구체적인 면책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상황에 따라 처벌과 면책이 들쭉날쭉했기 때문”이라며 “면책조건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은행의 여신 및 인사정책에 투명하게 반영된다면 실효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부실여신에 대한 면책 및 제재감면기준’을 17일 마련해 각 은행에 통보했다. △관련규정에 따라 정당하게 취급했으나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부실화된 경우 △예측불가능한 사유로 담보가치가 하락한 경우 △자체 신용평가모형에 따라 정당하게 취급한 여신이 부실화된 경우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 △정부 협조요청에 따른 대출이 부실화된 경우 등은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또 △최근 2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경우 △원유 및 원자재가격 급등 등으로 대출해준 기업의 영업활동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경우 △협조융자 증시부양조치 유동성부족 금융기관에 대한 긴급자금지원 등으로 부실대출이 일어난 때에는 처벌을 한 단계 이상 낮추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홍찬선·이훈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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