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대가 발표한 2002년 대학입시 전형계획은 이 같은 새 입시원칙을 적용해 처음으로 마련한 요강으로 특히 다른 대학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번 입시요강의 골격은 전형방법을 다양화하고 모집단위를 광역화하며 학부 모집인원을 대폭 감축한 것이다. 이중에서도 수시모집 정시모집 다같이 2단계의 전형과정을 거쳐 합격자를 발표하도록 한 것이 이채롭다.
특히 두 가지 모집 모두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 및 구술시험을 중시하고 있다. 또 활동성 봉사정신 등을 보는 비교과영역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수험생이 고교시절 학교공부에 얼마나 충실했으며 학문적 지도자적 소양을 제대로 갖췄는지를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새 입시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고교평가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고교의 평가를 100% 신뢰할 수 있도록 공정평가를 위한 철저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해당 고교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선교사들 중에는 논술시험이 없어진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그나마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시험을 없애 오히려 전형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입시요강에는 또 서울대 개혁의 기본틀까지 집어넣었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본다. 학부정원 축소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가는 중요한 문제인데 대학 구성원들의 내부수렴 절차도 없이 입시요강 발표라는 형식을 통해 내놓았다. 모집단위 광역화도 학문별 영역별 교육과정에 대한 합리적 대안 없이 이루어졌다는 내부 비판이 있다.
입시요강 발표 직후 서울대의 16개 대학장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수들은 두뇌한국(BK)21사업협약에 의해 학부정원을 25%나 감축한 것은 서울대의 위상과 이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모집단위의 광역화는 기초학문의 황폐화와 특정학문의 편중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보직교수인 학장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상황에서 대학 개혁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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