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 유니에셋 문촌마을 공인중개사무소 이명숙씨(39)는 지난해 4월 개업한 중개업계의 신참이다. 개업 당시 주변에 여성이 운영하는 업소는 한 곳도 없었다. 개업 두 달 만에 인근 중개업소에서 “저 집은 왜 저렇게 바빠”라는 말이 들려왔다. 두 달 만에 터줏대감을 물리치고 지역 중개업계를 평정했다.
국내최대 부동산프랜차이즈인 유니에셋 강형구사장은 “여성이 운영하는 중개업소가 남성이 운영하는 곳에 비해 매출이 50% 이상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숙씨는 “2, 3년 내에 여성이 중개업계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왜 그럴까.
여성의 ‘섬세함과 친근함 끈기’가 중개업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이씨의 선전(善戰)에 힘입어 올 들어 일산 후곡마을에 중개업소를 개업한 조영민씨는 “거래할 집을 구석구석 살피고 수요자의 가족상황을 파악해 자녀 통학까지 챙기는 데는 남자들이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의 득세에는 일부 남성 중개업자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뚱하게 신문을 보고 있거나 남자들끼리 빙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는 업소에 누가 들어가겠어요?”
중개업은 끈기가 필요하다. 값을 깎자, 향(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 온갖 타박을 쏟아내는 수요자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하고 매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래도 남성은 저녁에 전화를 걸거나 집을 구하는 주부와 단 둘이서 매물을 보러가기 껄끄럽다.
99년까지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의 중개업소에서 일했던 조호선씨(36)는 최근 마포의 중개업소에 스카우트됐다. 기본급에다 별도 성과급을 받는 좋은 조건. 조씨처럼 잘 나가는 중개사는 이삿짐센터 직원, 법무사 등을 통해 소문이 나고 곧 나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정릉 솔샘공인중개사무소 한동필사장은 “남성 중개사가 그만두면 거의 100% 여성으로 충원한다”고 말했다.
여성중개업자의 득세에는 ‘동료 아줌마의 힘’이 가장 큰 뒷받침이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문정숙교수는 “주택매매, 자녀교육, 물품구매 등 가정 경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주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다”며 “가장 강력한 소비의 주체가 주부인 만큼 주부에게 호소할 수 있는 영업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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