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중개업소에 가면 정보가 보인다"

  • 입력 2001년 1월 17일 19시 09분


‘미용실 대신 중개업소.’

여성이 운영하는 중개업소는 동네 주부들의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이곳에서는 교육, 건강, 쇼핑, 음식은 물론 최신 유행어에 관한 정보까지 소상하게 업그레이드해 들을 수 있다. 아파트가 밀집한 대형 단지나 신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터넷과 공짜 커피, 전화, 주민들의 가족상황까지 파악하고 있는 여성 중개사들 덕분이다. 이는 여성이 운영하는 중개업소의 매출증가로 이어진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 ‘고객밀착형 마케팅’은 ‘주부들과의 친밀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16일 낮 이명숙씨가 운영하는 일산 주엽동 중개업소.

“어머, 연희 어머니. 어서오세요. 날씨가 춥죠.”

“네. 전화 좀 써도 될까요.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네.” “그럼요, 9번 누르고 쓰세요. 커피 한잔 하고 가시죠.”

잠시 후 또다른 아주머니 두 명이 들어왔다.

“우리 집 요즘 얼마예요, 옆집은 1억9000만원에 팔렸다던데….” “로열층에다 남향이니까 1억9500만원은 받아야죠. 그런데 요즘 집 보러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급하지 않으면 좀 있다 파시죠.”

“O초등학교는 웬만하면 학부모들을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한다면서요. 우리 애도 그 학교에 들어가야 할텐데.” “치맛바람을 막기 위해 그런다지요. 그나저나 고교평준화가 돼도 우리 애들은 P고등학교에 갈 수 있죠?”

때마침 이삿짐센터 직원이 사탕과 신문을 주고 간다. 이 직원은 이사 정보를 얻기 위해 매일 중개업소를 방문한다. 잠시 후 은행 직원이 주택대출 관련 자료를 두고 갔다.

“참, 준호 엄마는 S스포렉스에 수영하러 다니시죠. 시설이 어때요. 나도 수영을 해볼까하는데.” “가깝고 물도 괜찮은 편이에요. O센터가 크기는 한데 가까운 곳이 편해요.”

“참, 우리 앞동 지희네가 집을 팔고 이사가려는 모양이던데. 이사장 한번 전화해봐요, 내가 이사장에게 집을 내놓으라고 얘기해두었는데….” “고맙습니다.”

이씨는 “요즘 집을 사고 팔 때 결정은 주부가 하고 남편 허가는 형식적”이라고 귀띔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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