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근호는 에센대학 의정보학연구소 연구팀이 휴대폰을 많이 사용한 사람들에게 희귀한 안암(眼癌)인 안구흑색종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전문의학지 ‘역학’ 1월호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안구흑색종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휴대폰 또는 이와 유사한 기기의 사용 여부를 조사한 뒤 일반인 475명과 비교한 결과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의 발병률이 3.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의 전자파가 어떻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눈의 수분이 전자파 흡수를 촉진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의 안드레아스 슈탕 박사는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만 가지고 전자파가 실제로 눈에 종양을 발생시키는지는 결론 내릴 수 없다”며 앞으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환자에게 휴대폰을 하루 몇 시간씩 휴대했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이다. 따라서 실제 이들이 얼마나 전자파에 노출됐는지 측정하지 않았고 표본집단의 수도 적었다는 점을 한계로 인정했다.
휴대폰은 안암 뿐 아니라 뇌종양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3년 전부터 잇따라 나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98년 스웨덴 암전문의 렌나르트 하르델 박사는 영국 BBC방송의 기획프로 ‘파노라마’에서 “뇌종양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휴대폰 사용자의 발병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5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사용시간을 줄이든가 저출력 휴대폰, 또는 휴대폰을 귀에 대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보조장치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또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팀도 휴대폰이 방출되는 것과 비슷한 전자장에 성인 36명을 20∼30분 동안 노출시킨 결과 판단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시각피질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은 6년 동안 연구를 한 결과 휴대폰과 뇌종양과의 사이에 특별한 인과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FDA는 그러나 휴대폰 사용이 안전하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영국 보건부는 지난해 “휴대전화의 위험이 나중에 확인될 경우 두뇌가 아직도 형성 중인 16세 이하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휴대전화를 꼭 필요할 때만 아주 짧게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올해 들어 미국의 변호사와 뇌종양 환자들은 휴대폰이 발병의 원인이라며 이동통신업체를 대상으로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보상소송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고시해 휴대폰의 출력을 뇌 1kg당 인체흡수율 1.6W로 정했다. 정통부 김준호 전파감리과장은 “전자파의 인체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결과가 없으나 예방 차원에서 보호기준을 만든 것”이라며 “샘플 조사 결과 현재 나와 있는 휴대폰은 이런 기준을 대부분 만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휴대폰의 출력에 대한 규제일 뿐 휴대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베를린〓신동민 동아사이언스기자>
hisdm@orgio.net
<신동호기자>@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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