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침 기온은 영하의 추운 날씨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 100여m쯤 지났을까. 횡단보도 앞에 잠시 서있는 동안 누군가 다가와 창을 두드린다.
‘아침부터 웬 잡상인?’
창문을 내리자 하얀 입김이 다가온다. “시동이 안 걸리거든요. 잠깐 점프 좀 해주세요.”
점프? 차들끼리 배터리를 연결시켜 시동을 걸어달라는 말인가 보다.
“제가 좀 바쁘거든요.”
‘여기서 10분 지체하면 한강다리 건너는데 20분 더 걸린다. 참, 하필 이 바쁜 출근시간에…. 날도 추운데.’
“죄송합니다. 사례할게요.”
“제가 오늘 좀 급한 일이 있어서. 미안한데 뒤차한테 좀 부탁해주세요.”
신호가 바뀌자 창문을 올리고 황급히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출근길 내내 찜찜한 게 오후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그 남자 거기에 얼마나 더 서 있었을까. 머릿속의 그 남자는 하루종일 그 자리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