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홍 전수석의 소환은 이전과는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상도동 집사’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수사는 곧 김 전대통령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홍 전수석의 소환은 전날 이원종(李源宗)전대통령정무수석을 소환한 직후 전격적으로 이뤄져 검찰수사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문민정부 당시 청와대 라인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인물의 소환이 갖는 외형적 비중에 비해 ‘실속’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그 동안의 수사과정에서 김 전대통령과 아들 현철(賢哲)씨 등의 개입을 입증할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이 전수석도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김 전대통령의 개입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기섭(金己燮) 전안기부 운영차장도 여전히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며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김 전대통령 등을 ‘겨냥’은 하고 있지만 발사할 ‘실탄’은 없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홍, 이 전수석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요식절차’로 끝나고 김 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공포탄’이나 ‘불발탄’으로 머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검찰’이라는 기존의 검찰에 대한 비난과는 다른 차원에서 검찰에 부담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상식에 비춰볼 때 이 사건의 연결구도는 ‘안기부―청와대―신한국당’이 거의 틀림없는데 이런 ‘상식’조차도 확인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검찰이 이 사건을 적당히 덮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국민에게 비칠 수도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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