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계종 총무원장의 빗나간 말

  • 입력 2001년 1월 20일 17시 07분


대한불교 조계종 정대(正大) 총무원장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겨냥한 인신공격성 정치적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는 정대스님의 그 같은 발언이 종교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하며 정도를 벗어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엊그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와의 면담에서 이총재를 가리켜 “그 사람이 집권하면 단군 이래 희대의 보복정치가 난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총재를 ‘독한 사람’이라고도 표현했다.

조계종은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세(勢)가 가장 넓고 영향력도 그만큼 크다. 종정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대표하고 이끌어 가는 자리가 총무원장이다. 사회 전체의 도덕적 정신적 사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 막중한 위치에 있는 총무원장의 입에서 종교의 신성함을 모독하고 사회통합을 거스르는 발언이 나왔으니 더더욱 한심스럽다.

종교의 가치는 영혼을 구원하고 공동선의 추구를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넓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관용의 정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대스님의 발언은 이런 정신에서 한참 빗나간 것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고 다른 편을 헐뜯어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이 정치인이 아닌 종교지도자의 입에서 나왔다니 개탄스럽다. 실제로 그의 이번 발언은 현실정치 세계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극심한 내용이다.

그의 발언은 “우선은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 책임을 먼저 성찰하고 남을 미워할 게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희망과 환희의 역사를 더욱 밝히고 어둠과 갈등의 역사를 소멸시켜 가는 길은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고 한 올해 초 그의 신년사 정신을 스스로 파괴한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한 민주당측의 반응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중권대표는 스님의 발언에 대해 시종 맞장구를 쳤으며 당직자들도 이 말을 전해듣고 한결같이 ‘하나도 틀린 말이 없더라’ ‘시원하다’ ‘세사(世事)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반색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어쩌다 정치판이 이처럼 증오로 가득 차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조계종의 다른 스님이나 신도들이 정대스님과 같은 굴절된 마음을 갖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왜 이런 발언이 총무원장의 입에서 나왔는지 살펴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자체적인 정화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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