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신석호/'법관의 內心'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28분


서울고법의 한 재판부가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명령한데 대해 검찰 수사팀이 반발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많은 법관들은 ‘성역론’을 제기했다.

“재판부가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라거나 “선고가 내려지지도 않았는데 검찰이 법관의 내심을 넘겨짚어 ‘오버센스’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이같은 지적을 예상해 보도에 극도의 신중을 기했다.

검찰측의 ‘봐주기 의혹’ 주장을 보도한 것은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는 여러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재판부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공소장 변경과 선고 연기를 위한 증인신청을 요구했다고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재판부는 “일절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퇴출 직전의 경기은행측이 도지사 부인에게는 청탁성 ‘뇌물’을 주고 같은 시기에 남편인 도지사에게는 순수한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임지사는 99년 10월 구속 3개월만에 1심에서 알선수재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불구속으로 1년3개월째 재판을 받으며 아직도 도정(道政)을 보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비해 괄목할 만하게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도 언론의 비판 영역에서 ‘성역’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 바로 법관의 ‘내심(內心)’이다.

법관은 재판의 전 과정을 주재하면서 검사와 피고인, 원고와 피고 등 쌍방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한 내심을 형성해 나간다. 또 인간의 내심이란 유동적인 것이다. 취재기자가 법관의 내심을 사전에 눈치 챘더라도 선고 때까지 섣부른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 ‘예의’를 갖추는 것은 법관의 내심, 즉 헌법상 보장된 ‘양심에 의한 재판’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임지사 사건 재판부의 내심은 소속 법관들만이 안다. 그러나 ‘합리적 의심’이 가는 법관의 내심까지 ‘성역’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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