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미국이 엔―달러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치러진 7차례의 미국 대선 중 81년 선거 때를 빼고 이 같은 현상이 거듭됐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소폭으로 움직였으나 20일 조지 W 부시 정권이 출범하면서 ‘미 대선 징크스’가 재현되면 변동폭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 외환관계자들의 분석이다.
71년 이후 엔―달러 환율을 보면 미 대선이 실시된 해에는 평균 13%대 안팎에서 오르내렸던데 비해 선거 이듬해에는 변동폭이 20.6%까지 뛰어올랐다. 따라서 지난해 달러당 101∼115엔이었던 엔화가치는 ‘미 대선 징크스’가 적용되면 변동폭이 커져 93∼138엔에서 오르내릴 것이라는 분석. 이같은 ‘미 대선 징크스’는 신정권 출범 후 새로운 경제전략이나 환율정책이 확정되면 그동안 조심스레 거래하던 외환딜러들이 과감하게 사고 팔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가 로널드 레이건 정권 2기가 시작된 85년에 있었던 일. 미 정부 재무팀이 외환시장 개입 반대론자에서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 강세를 막아야 한다는 편으로 교체됐다. 이를 계기로 각국의 시장개입 협의가 진전돼 달러 약세와 엔화 가치 상승, 즉 엔고(高)현상이 급속도로 진전됐다.
93년 클린턴정권 출범 후 미 정부가 고달러정책을 저달러정책으로 전환하자 외환시장이 크게 오르내리다가 95년에는 달러당 80엔대의 ‘초(超)엔고’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부시 신정권의 폴 오닐 재무장관은 클린턴 전정권의 고달러정책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의회에서 밝혔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업계출신이자 통상중시파로 알려져 있는 그가 외환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시정권은 일본이 세계경제의 한 축을 맡아 미국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강한 일본’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올들어 달러당 120엔대까지 떨어진 엔화가치가 당분간은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하반기에는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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