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35)는 “이제껏 살아온 35년보다 지난 1년이 더 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22일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 창립총회에서 ‘얼떨결’에 맡은 회장이라는 직함.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송진우에겐 새로 떠맡은 이 회장자리가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남 앞에 나서기보다는 묵묵히 제 앞길만 걸어온 송진우. 당시 창립총회장에서 어눌한 말투로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탄생을 정식으로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는 그를 보고 걱정한 사람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겐 삼국지의 ‘유비’와 같은 덕이 있었다. 지나치게 튀지도 않았고 경솔하지도 않았다. 항상 주위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일부에선 그의 이런 스타일을 ‘우유부단하다’고 했지만 후배들은 부딪히면 부러질 것 같은 강성(强性)도 아니고 잡으면 금방 휠 것 같은 연성(軟性)도 아닌 그를 따랐다. 지난해 12월18일 열린 선수협 정기총회에서 본인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후배들이 그를 회장으로 강력히 재추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는 1년 동안 자신을 희생했다. 비시즌 동안 선수협 문제로 대전 집을 놔두고 호텔과 후배들 집을 전전하며 밤을 지새야 했고 선수들을 설득하기 위해 대전이면 대전, 부산이면 부산 전국 각지로 시도 때도 없이 돌아다녔다.
프로선수들은 몸이 재산이지만 운동할 시간을 내기란 꿈도 못 꿨다. 지난해에도 선수협 관계로 뛰어다니다 시즌 개막 한달 뒤인 5월에야 겨우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었다. 노히트노런(5월18일 광주 해태전)의 대기록을 세우고 시즌 성적 13승2패로 승률왕(0.867)에 올랐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주위에서 군시렁거리는 소리를 듣기 싫어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는 게 그의 얘기.
선수협 활동을 하면서 그가 가장 안쓰러웠던 사람은 바로 아내 정해은씨였다. 집에 있을 때보다 집을 비울 때가 훨씬 많았던 지난 1년. 게다가 지난해말엔 아내가 간기능 이상으로 통원치료를 다니기까지 해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당신이 옳다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항상 격려를 보내준 아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송진우는 이제 선수협을 떠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회장이란 자리를 내놓고 평범한 선수협 회원으로 돌아간다.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는 소감을 묻자 “성원해준 팬들이 우선 생각나고…. 어쨌든 선수들의 목적은 그라운드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는 것 아니겠느냐. 새로 일을 맡게 될 후배들이 잘 하리라고 본다. 앞으론 팬들의 사랑을 받게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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