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독립영화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주는 파이퍼―히직 상을 탄 배우는 줄리안 무어(41). 그는 할리우드 대규모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상업영화와 신인 감독의 재기발랄한 독립영화, 거장의 실험적인 영화들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카리스마 넘치는 재능을 발휘해온 흔치 않은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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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1993)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부기 나이트>(1997), <매그놀리아>(1999)에 출연하며 ‘독립영화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또 흥행대작인 <쥐라기 공원:잃어버린 세계>(1997)에도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애수>(1999)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올해 할리우드 최고의 화제작 가운데 하나인 <한니발>의 주연을 맡아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22일 파크 시티 야로우 호텔에서 만난 그는 “선댄스에서 이 상을 준다는 팩스를 받고 너무 좋아 펄쩍펄쩍 뛰어다녔다”고 붉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파이퍼―히직 상 수상자인 니컬러스 케이지, 케빈 스페이시 등이 이 상을 받고 나서 곧 이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탔다는 점을 상기시키자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상의 영광보다 재미있는 파티 때문에 더 가고 싶은 곳이다. 인생에서 소중한 건 상을 타는 것보다 일을 한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이 연출한 <한니발>은 조디 포스터,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한 <양들의 침묵>의 속편. 줄리안 무어는 1편에서 조디 포스터가 열연한 FBI요원 스탈링 역할을 맡았다.
그는 “걸작의 속편인데다 1편에서 조디 포스터가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연기가 자꾸 생각나 촬영기간 내내 잠을 못잘 정도였다”면서도 “기대에 못미칠지,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올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모르지 않겠느냐”며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애수> 등의 영화에서 서늘한 표정 밑에 감추어진 어두운 그늘, 격렬한 욕망을 탁월하게 묘사한 그는 “연기를 할 때 어떤 극단적 캐릭터라도 바로 나 자신 혹은 친구의 이야기를 한다고 마음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세이프>를 찍으면서 이런 연기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아를 열고 나 자신과 역할을 동일시할 때 ‘맞아, 이건 내가 알고있는 감정이야’하는 깨달음 같은 것이 생긴다.”
최근 선댄스 영화제가 할리우드를 본 따 상업화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할리우드는 할리우드라는 지역을 떠나 세계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댄스에는 독립영화를 지지하고 젊은 재능을 발견하는 정신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파크시티(미국)〓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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