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문을 닫은 의원의 문 앞에 진료 가능한 다른 의원의 위치를 알리는 안내문마저 없어 걸어다니며 다른 의원 몇 곳을 찾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헛걸음만 했다.
모든 의료기관이 문을 닫으면 환자가 불편하기 때문에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전국 400여개 응급의료기관은 24시간 진료한다. 비상진료 의무가 없는 일반 병원과 의원은 ‘응급 의료에 관한 법’에 따라 당직 의료기관을 정해 순번제로 진료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연휴기간에 응급의료기관을 제외한 상당수 병원과 의원이 순번제 진료를 하지 않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들 병의원은 특히 진료가 가능한 다른 의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안내하지 않아 환자들의 불만을 샀다.
약국도 마찬가지. 응급환자와 밤에 열이 나는 소아 등을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약을 못 받기 때문에 전체의 4분의 1 정도가 돌아가며 문을 열고 휴무시 안내문을 통해 인근 약국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알려야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았다.
주부 안현주씨는 “남편이 갑자기 허리가 아파 아스피린과 파스를 사러 자동차로 서울 강남구 수서동 일원동 대치동 등 20여개 약국을 전전했지만 단 한 군데도 문을 열지 않고 안내문도 붙여놓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서초구 제일생명 사거리와 강남역 부근의 경우 설날인 24일 문을 연 약국은 한 군데도 없었고 단 한 약국만 당번 약국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안내문을 붙여놓았다. 인천 서구 가좌동 일대도 안내문을 붙인 약국이 없었다.
이 같은 사정은 아파트 단지일수록 심했다. 아파트 단지는 병원과 약국이 단지 내 상가에 입주한 경우가 많은데 상가 전체가 문을 닫아 환자들이 이용할 수 없었던 것.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들의 편의를 감안해 의원과 약국 돌아가며 문을 열도록 하고 있다”면서 “진료를 하지 않은 당번 의료기관은 행정처분이 가능하지만 약국의 경우 권장사항이라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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