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입사동기들과 5년 근무를 자축했는데 옆을 지나가던 12년된 선배가 “그래, 5년 버티면 10년 버티더라”라고 했다. 그 5년이 ‘험한 직장생활’ 또는 ‘버텨나간 것’이라고 말하기엔 나에게 너무나도 고맙고, 큰 힘이 되어준 세월이었다.
98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접어들 때 나는 개인적으로 참 힘들었다.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가 그해 가을에 끝내 부도를 냈고 살던 집조차 남에게 넘겨줬다. 어머니가 길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는 집에 들어가서 나올때까지 힘들고 숨이 막혔고 나의 유일한 도피처가 바로 직장이었다.
회사가 어렵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회사에 나와 바쁘게 지내다보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주위 동료와 상사들의 배려가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직속 과장은 “정미씨가 힘든 것은 아버님께서 힘드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20년된 회사가 부도 났으면 자식 하나를 잃은 부모의 심정과 같지 않겠어. 아버님께 아무 도움도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버지와 함께 뛰는 거야”라고 격려했다. 참으로 큰 힘이 됐다.
어느새 직장은 내 생활의 중심이 됐다. 두산상사에서 여자로서는 유일하게 해외수출을 맡았다. 그린소주의 일본 수출담당인 것이다.
그다지 길지않은 직장생활 경험이지만 막 새출발을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제발 한 발만 담그고 일하는 식으로 직장생활을 하지말라는 것이다. 월급장이들은 보통 ‘샐러리맨’이라고 자신을 부르면서 ‘빨리 이놈의 직장을 떠야지’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데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한 발 빼고 있는 듯한 태도를 버려야한다. 항상 신입사원때 긴장하고 열심히 하던 마음자세를 그대로 지닌채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