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테니스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제니퍼 카프리아티(25·미국). 14세 때인 90년 프로에 입문해 데뷔 첫해 프랑스오픈 준결승에 올랐다. 91년에도 2개 메이저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며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프로 생활에 염증을 느꼈고 92년 말부터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방황을 하다 94년에는 마약복용과 절도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렇듯 돌아보기조차 싫은 암흑기를 보낸 카프리아티가 절망의 터널을 뚫고 마침내 재기에 성공했다.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준결승. 12번 시드의 카프리아티는 지난해 챔피언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를 2―0(6―3, 6―4)으로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대회 결승 진출.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며 감격스러워한 카프리아티는 27일 세계 최강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힝기스는 준결승에서 메이저 3연승에 도전한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를 맞아 53분 만에 단 2게임만을 내준 채 2―0(6―1, 6―1)으로 예상 밖의 낙승을 거두고 5년 연속 결승에 올랐다. 전날 비너스의 동생 세레나를 꺾은 힝기스는 3차례 도전 끝에 처음으로 한 대회에서 ‘윌리엄스 자매’를 연파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날 힝기스는 78%의 높은 첫 서브 성공률을 기록했고 에러는 윌리엄스(38개)보다 30개나 적은 8개에 그쳤다. 개인 통산 4번째 호주오픈 타이틀을 꿈꾸는 힝기스는 카프리아티와의 역대 전적에서 5전 전승의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
한편 윌리엄스 자매는 복식 준결승에서 힝기스―모니카 셀레스(미국)조에 2―0으로 승리해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다.
남자단식 준결승에서는 지난해 우승자 안드레 아가시(미국)가 홈코트의 패트릭 라프터를 3시간7분 만에 3―2로 제압해 세바스티앙 그로장―아르노 클레망(이상 프랑스)전 승자와 우승을 다툰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