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육비지원 논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2일 “유치원 교육까지 공교육이 이뤄져야 선진국 수준으로 갈 수 있다”며 단계적인 준비를 지시한 뒤 교육부가 유치원 만 5세아의 교육비를 지원하기로 하는 유아교육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본격화했다. 그러나 유치원은 교육부의 유아교육진흥법,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보건복지부의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고 유치원과 보육시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3∼5세 유아 취원율비교 | |||
(1995년, 단위:%) | |||
구분 | 3세 | 4세 | 5세 |
프랑스 | 100 | 101(1) | 102(2) |
영 국 | 45 | 93 | 100(100) |
미 국 | 34 | 62 | 100(6) |
일 본 | 58 | 93 | 99 |
독 일 | 47 | 71 | 79 |
스웨덴 | 51 | 58 | 63 |
한 국 | 10 | 28 | 42 |
평 균 | 40 | 67 | 83(14) |
▽유아교육법 내용〓교육부는 97년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 1년에 한해 유치원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김대통령 지시를 계기로 교육부는 만 3∼5세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꿔 만 5세아에 대해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맞벌이 부부를 위해 ‘종일제 운영’도 병행하는 등 탁아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아교육법을 올 3월 임시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유아학교의 교육비 전체를 지급하는 방안과 월 일정액의 무상 교육권을 주고 나머지는 부모가 책임지는 ‘바우처제도’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지원대상은 일단 유아학교로 한정해 12만명에 이르는 농어촌 지역의 유아학교 어린이부터 시작해 중소도시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어린이 집 등 보육시설 중에서도 일정 시설과 자격을 갖춘 교사들을 확보해 유아학교로 전환하면 교육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영유아 교육실태〓취학 전 어린이들은 유치원이나 놀이방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치원 교육대상 어린이는 208만명이며 이중 26.1%인 54만여명만이 전국 8484개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63.4%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어린이집 등 전국 1만9335개 보육시설은 0∼5세 영유아 68만5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보육시설은 정부로부터 복지차원에서 일정액을 지원받는다.
유치원 교육비는 월 20만∼30만원선, 어린이집 표준보육단가는 △2세 미만 21만9000원 △3세 이상 11만2000원 등 월평균 13만원선으로 큰 차이가 있다.
복지부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0∼5세 아동 420만명 중 탁아보육을 원하는 아동 120만명 가운데 50여만명은 어느 곳에서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교육이냐 복지냐〓영유아교육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부처이기주의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교육이론 논쟁’까지 겹쳐 실타래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교육부는 인적자원 개발 측면에서 창의적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일정 자격과 시설을 갖춘 유치원 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립이 절대 다수인 유치원이 거의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공교육 체제로 전환되면 결국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복지부는 유아학교만 지원할 경우 보육시설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고 복지를 중요시하는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반박한다. 시설에 따라 혜택 여부가 달라지면 위헌적 요소도 있고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교육 불평등’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
월 20만∼30만원인 유치원 교육비는 적지 않는 수준이다. 그래서저소득층이나 맞벌이 부부들이 월평균 13만원 정도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판에 정부가 유아학교만 지원하면 ‘못 가진 자’가 상대적인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내 국회에 유아교육법을 상정할 계획이지만 실제 성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