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도깨비 스톰' 순식간에 도깨비세상으로

  • 입력 2001년 1월 30일 19시 16분


‘난타’의 뒤를 잇어 ‘넌버벌(Non―Verbal·비언어)’ 뮤지컬을 표방한 ‘도깨비 스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 해답은 공연의 마지막 10분이 쥐고 있다.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야광 스틱을 이용한 연주 ‘도깨비 심포니’는 순간 공연장을 도깨비 세상으로 만들었다. 악기를 두드리는 스틱은 빛이 번쩍이는 가운데 힘찬 두드림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자 1시간30분에 가까운 기다림 또는 지루함을 해소하는 대목이다.

국악의 삼고무(三鼓舞)를 연상시키는 대나무를 개조한 악기 연주와 야광을 이용한 상모 돌리기도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같은 미덕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넌버벌 뮤지컬의 후발주자가 범하기 쉬운 ‘함정’에 빠져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스텀프’와 ‘난타’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어정쩡함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를 설정했다는 면에서는 ‘난타’에 가깝지만, 각종 도구를 차례로 사용해 연주하는 형식은 ‘스텀프’와 비슷하다.

실제 이 작품의 스토리는 갈등 관계에 있는 두 회사원이 꿈 속에서 도깨비들과 어울리다 화해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그렇지만 짜임새없는 전개로 비슷한 연주만 계속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초반 두 회사원이 대결하는 ‘스트리트 파이터’와 ‘도깨비 룰렛’ 장면은 너무 늘어지고, 다섯 도깨비들의 차별적인 캐릭터 구축도 아쉽다. 이 작품이 일회용 공연이 아니라 ‘히트 문화상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속도감과 긴장감의 보완이 절실하다. 2월25일까지 서울 동숭홀 평일 오후 7시반, 주말 오후 3시 6시. 2만∼4만원. 1588―7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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