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랍휴스 칼럼]조국이냐 팀이냐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루카스 라데베는 그 인기 때문에 고달픈, 아주 특별한 축구선수다.

그는 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대표팀 주장이자 소속팀인 잉글랜드 리즈 유나이티드팀의 캡틴이기도 하다.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페어플레이어에 뽑히기도 했는데 인종 화해와 관련해 그가 보여준 모범과 자신이 자란 남아공 소웨토의 어린이들에 대한 봉사활동이 선정 이유였다.

나는 여러분이 내년 월드컵 때 철벽 수비수 라데베의 활약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건 그의 꿈이기도 하지만 남아공은 이달과 내달 아프리카 지역예선전을 반드시 이겨야 본선 진출 기회를 얻는다.

라데베의 삶에 축구는 산소와도 같다. 남아공 인종차별 정책이 한창이던 어린 시절 어머니는 그를 해외로 내보냈고 축구는 그에게 새 삶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10대에 조국으로 돌아왔고 100만명의 서포터스를 가진 소웨토 연고 축구 클럽 카이저 치프스에 입단할 수 있었다.

여러분은 라데베를 통해 ‘스포츠가 인종을 초월한다’고 믿는 인간의 존엄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추운 도시 리즈에 살고 있는 그의 자녀들을 통해 피부색이 삶의 장애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라데베가 격렬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엄청난 신체적인 힘보다는 경험을 이용해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룰에 따라 움직이는 스포츠 정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딜레마는 두 개의 대륙이 동시에 자신을 원한다는 것이다. 남아공은 ‘바파나 바파나’로 불리는 축구대표팀을 이끌어 달라고 끊임없이 그에게 요청하고 있다. 라데베 외에 대안이 없는 리즈 역시 그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는 소속팀과 조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그가 없는 남아공은 2002년 월드컵 본선에 못 오를 확률이 높다. 남아공은 지난주 부르키나파소에 1―0으로 이겼지만 그의 조국이 환성을 내지르는 동안 소속팀 리즈는 리버풀에 패해 FA컵에서 탈락했다.

리즈는 라데베에게 상당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은퇴 시기인 2004년까지를 보장하는 새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은 그의 가족이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아울러 새 계약과 더불어 그는 소웨토 빈민촌 어린이들을 상대로 운영하고 있는 축구 캠프에 계속해서 돈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리즈는 침울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거리가 멀어진데다 FA컵대회에서조차 탈락한 리즈가 이번과 다음 시즌에 선수들의 임금을 지불할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둬야 한다. 때문에 리즈는 라데베가 남아공에 대한 봉사를 양보하길 바란다. 더군다나 리즈는 아이러니컬하게도 4명의 선수가 인종 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선수 기용에 부담이 크다. 조너선 우드게이트와 리 보예가 1년 전 한 나이트클럽 앞에서 이유도 없이 한 동양인 학생을 마구 때린 것. 함께 현장에 있던 나머지 두 선수는 동료들이 체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예와 우드게이트는 죄가 확정되면 감옥에 갈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리즈는 라데베를결코 놓칠 수 없다.

라데베의 영혼은 괴로움에 떨고 있다. 그는 2의 상반된 충성심 앞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4월이면 만 32세가 되는 그는 자신의 몸이 얼마나 더 이 긴장된 상황을 감당해 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모른다.

모든 것은 FIFA의 잘못이다. FIFA의 잘못된 경기 일정으로 인해 가장 훌륭한 프로 선수가 두 조각이 날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잉글랜드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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