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서 전의원에게서 북한 공작금 1만달러를 받지 않았고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서 전의원을 고문했다는 판단은 곧 89년의 검찰 수사에 사건조작 등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89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이모 검사 등 수사팀은 말을 아끼고 있다. 이미 99년11월 현직 검사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와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99년에“서 전의원의 5만달러 가운데 사용처가 밝혀진 3만9300달러 외에 2000달러를 환전한 영수증을 새로 발견했다”며 이검사 등을 상대로 증거누락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서 전의원에겐 김대통령에게 전달할 1만달러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반면이검사 등은 ‘문제의 2000달러는 서 전의원이 월북 전부터 가지고 있던 돈으로 판단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 결과가 정권 변화에 따라 뒤바뀌고 관련자가 불이익을 받으면 누가 소신을 갖고 일하겠느냐”며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검사는 98년 서울고검 검사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뒤 경주지청장을 거쳐 현재 대전고검 검사로 있다.
이같은 반응을 고려해 검찰이 고뇌한 흔적이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정의원의 공소장에 김대통령이 ‘1만달러를 받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대신 ‘북한 공작금 1만달러를 받지 않았다’고 썼다는 것. 즉 돈 자체를 받지 않았다는 표현을 피함으로써 이검사 등에게 ‘직격탄’을 날리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얘기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