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다음의 3가지 요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금리인하에도 뉴욕환시에서 달러가 움직이지 않았던 까닭
첫째, 이미 시장에 FRB이 금리인하폭이 0.5%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달 3일의 전격금리인하와 달리 이미 시장이 충분히 인지하고 기대해온 조치이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이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BNP 파리바의 로버트 린치는 "시장에서는 FRB가 0.5%포인트를 넘어 0.75%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해 증시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마저도 있었다"며 "이제는 미국경제가 얼마나 악화될 것인가에 주목해야할 시기"라고 말해 환율의 움직임이 금리인하에서 미국경제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음을 지적했다.
둘째 미국적 상황에서는 금리인하조치가 둔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에 오히려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달러가 강세로 간다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 신용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린스펀이 0.5%포인트의 추가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투자자들은 그가 미국경제를 잘 운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달러를 매입할 것"이라고 말해 이 같은 요인을 설명했다.
셋째 금리인하조치에 대한 반응속도는 외환시장이 증권, 채권시장에 비해 느리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금리인하효과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리인하 직후 주가와 채권값은 큰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외환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한다.
◆달러/엔 환율 앞으로 얼마까지 갈까
한편 시장은 앞으로의 달러와 엔의 추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많은 외환전문가들은 달러와 엔이 각각의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달러의 경우 강세요인으로 △부시행정부의 경제보좌관인 로렌스 린지와 재무장관 폴 오닐이 강한 달러정책을 선호하고 있고 △FRB의 금리정책과 부시대통령의 감세정책이 경기둔화세를 막고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들고 있다.
약세요인으로 △4/4분기 실질GDP성장률이 5년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침체우려가 강하고 △31일 발표된 시카고관리구매지수가 18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뚜렷함을 들고 있다.
엔화의 경우 강세요인으로 △일본중앙은행 하야미총재의 "엔화가치의 급속한 하락은 일본경제에 도움이 안된다"는 발언과 △지난해 12월의 소득자실질지수가 당초 예상했던 증가치인 0.1%보다 훨씬 높은 0.8%로 나온 데 따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등을 들 수 있다.
약세요인으로는 △아직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와 △일본내 부패스캔달을 둘러싼 정쟁의 심화로 경제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가트만 레터의 발행인인 데니스 가트만은 "현 일본경제상황은 엔화약세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연말까지 적어도 엔화가 달러 당 135엔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 파리바의 로버트 린치도 "엔화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의 변화가 없는 한 엔화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BN 암로은행의 외환딜러 다카마쓰 도시유키도 "일본내 정치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2월중 엔/달러환율은 115.50엔에서 119엔대 사이를 유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