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일본 최고의 슈퍼스타답게 미일 양국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위풍당당하게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것이다.
스포팅시스템을 통해 이치로를 입단시킨 시애틀은 이치로의 몸값으로 3600만달러을 투자할 정도로 최고수준의 대우를 보장했고 전 일본 매스컴이 이치로의 동작 하나하나에 촛점을 맞출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처럼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치로가 동양인 타자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들어 박찬호나 김병현, 노모와 사사키가 빅리그에 진출해 큰성공을 거뒀고 요시이와 이라부도 메이저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투수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선천적인 힘이나 체격조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특성상 어쩌면 우리들의 머리속에는 메이저리그의 진출이 투수들로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이 잠재적으로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과연 이치로는 메이저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까?
3600만달러의 돈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스타에게만 투자할 수 있는 대단한 금액이다.
이치로가 아무리 일본에서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슈퍼스타라지만 이처럼 엄청난 몸값을 투자할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든다.
먼저 스즈키 이치로에 대해 간단히 말해 보자.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이치로는 타격시 한발을 들고 스윙을 하는 외다리 타법으로 유명하다.
이치로는 이 독특한 스윙자세로 1994년부터 96년까지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 7년 연속 리그 타격왕 타이틀을 독점하는 등 명실상부한 일본 프로야구의 최고의 교타자로 명성을 날려 왔다.
이처럼 이치로는 정교한 타격뿐만 아니라 리그 도루왕을 차지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 그리고 과거 한일 슈퍼게임에서도 증명했듯이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까지 지닌 즉 다시말해 공수주를 완벽하게 겸비한 선수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에서 최고의 교타자로 군림한 이치로이지만 분명히 메이저리그 무대는 자신이 활약하던 일본 프로야구보다 한단계 높은 수준이다.
일본에서 140km대의 스피드와 포크볼에 익숙해져 있을 이치로에게 150km가 넘어가는 스피드와 각도 크게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빅리그의 특성상 이치로에게 일본에서의 활약만큼을 기대하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이치로의 작은 체구 때문도 불리하게 나타나다.
183cm, 73kg의 다소 왜소한 체격조건을 지니고 있는 이치로는 벌써부터 장타력 부족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을 정도이다.
물론 시애틀이 이치로에게 30 - 40개의 홈런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파워가 좋은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체력적인 부분도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이러한 체력적인 약점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경기 이동거리이다.
이치로의 홈인 시애틀은 동부지역의 뉴욕이나 플로리다와 3시간의 시차를 기록할 정도로 메이저리거들은 엄청난 거리를 이동해 다닌다.
박찬호가 처음으로 메이저리거가 되었을 때도 엄청난 이동거리에 스스로 놀라움을 밝힐 정도이고 김병현이 지난 시즌 후반 슬럼프에 빠진 것도 생전 처음 겪어본 엄청난 이동거리에 대한 부담으로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치로는 김병현이나 박찬호와는 달리 매일매일 경기에 나서야 하는 타자의 입장이다.
더운 여름에는 30-4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에서 경기를 펼쳐야 하고 비행기로 몇시간씩 걸리는 이동거리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시차 문제 등 이치로의 체력적인 약점을 위협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와는 달리 메이저리그에는 뛰어난 좌완 투수가 많다는 점도 좌타자인 이치로에게 약점으로 나타난다.
리그 정상급 투수인 앤디 패팃이나 데이빗 웰스가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 팀은 각팀마다 최소한 1, 2명의 좌완 선발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특히 퍼시픽리그에서 수준급의 좌투수와 별로 대결할 기회가 없었던 이치로로서는 이러한 좌투수에 대한 적응 여부가 올시즌 자신의 성적과 직결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일본과는 다른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적응여부 그리고 이치로가 올시즌에는 슈퍼스타가 아닌 신인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과거 박찬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신인들에게 유달리 냉혹한 것이 바로 메이저리그의 세계이다.
이렇듯 부정적인 요인들이 많지만 올시즌 이치로가 형편없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치로에게 유리하게 나타나는 부분은 시애틀 매리너스의 내부 사정으로 팀의 외야에는 중견수인 마이크 카메론 외에는 확실한 주전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선수도 없는 상태이다.
좌익수는 알 마틴이 유력시된다고 한다면 우익수 포지션을 놓고 경쟁할 상대는 스탠 하비어나 제이 뷰너 정도로 이치로는 이들을 제치고 팀의 개막전 우익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치로가 팀의 1번 타자로 활약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확한 선구안과 빠른 배트 스피드로 장타보다는 단타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치로는 빠른 스피드까지 겸비해 1번타자로서는 아주 이상적인 조건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시애틀의 홈인 세이프코 파크의 넓은 외야는 파워히터보다는 이치로같은 정교한 타자에게 유리하고 특히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를 지닌 이치로의 수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살펴보면 이치로의 성공여부는 빅리그의 적응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스카우터들은 이치로의 타격을 보고 토니 그윈이나 웨이드 보그스의 수준으로 평가하며 올시즌 당장이라도 리그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할만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극찬까지 할 정도로 이치로는 많은 재능을 지니고 있다.
이치로가 보다 많은 마이너리그 경험을 쌓은 이후에 메이저리그에 진입한다면 그의 성적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600만달러를 투자한 이치로를 몇 년씩 마이너리그에서 썩히는 것을 시애틀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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