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이 책의 첫 장에 이렇게 써놓았다. “디딜방아 책을 누가 읽는다고? 자주 입방아를 찧는 아내에게”라고. 부인까지도 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고백이다. 그런 디딜방아에 30여년을 매달렸다니.
이 책은 국내 유일의 디딜방아 관련 서적이다. 고구려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내 디딜방아의 역사, 각 지방의 차이와 공통점, 디딜방아의 구조, 풍속도와 문헌 속에 나타난 디딜방아의 내력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웃한 중국 일본은 물론, 태국 네팔 인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심지어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국가까지 돌면서 그곳의 디딜방아를 살펴보고 우리 것과 비교 고찰했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값지다.
그는 “사라져가는 디딜방아를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게 되어 나름대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디딜방아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두 다리 방아라는 사실. 두 다리 방아는 말 그대로 발을 딛는 방아다리가 두 개다. 두 다리 방아는 두 서너명이 함께 힘을 합해 방아를 찧을 수 있기 때문에 외다리 방아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두 다리 방아는 오직 한국에만 있습니다. 디딜방아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외다리 방아 두 개를 놓고 방아를 찧으면서 두 다리 방아는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죠. 두 다리 방아는 따라서 우리 민족의 독창적인 발명품인 셈입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 조상들이 방아를 생명체 인격체로 생각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방아를 사람의 몸체로 여겨 방아의 각 부분을 방아머리 방아허리 방아다리 방아가랑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사람의 행동을 놓고 코방아 입방아 엉덩방아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아에 대한 김 교수의 느낌은 애틋하다.
“디딜방아를 요모조모 보고 있노라면 방아를 만든 사람의 생각이나 재주, 솜씨가 눈에 선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면 그 옛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요. 어디 그 뿐인가요. 디딜방아를 찧던 옛 아낙네들의 애환이 전해올 때면 말 그대로 절절한 슬픔이 느껴지지요. 그것이 디딜방아 연구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김 교수는 디딜방아 뿐 아니라 전통 농기구 연구에서도 독보적인 민속학자다. 1969년 ‘한국의 농기구’를 낸 이후 민속학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무려 18권(공저 6권 포함)의 연구서를 낼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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