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이런, 이게 바로 나야! 1, 2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44분


◇이런, 이게 바로 나야! 1, 2/더글러스 호프스태터·다니엘 데닛 편저/김동광 옮김/450쪽, 421쪽, 각 1만2000원/사이언스북스

지금 신문을 읽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일상적으로 ‘나’를 규정하는 이름 직업 학력 외모 등을 떠올리며 답을 찾기 시작했다면 일단 잘못 짚은 셈이다. 적어도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의 편저자들은 자타가 인정하는 인지과학의 대가들이다. 미국 터프츠대 데닛 교수의 책 ‘마음의 진화’(두산동아)와 1979년 퓰리처 상 수상작이기도 한 인디애나대 호프스태터 교수의 책 ‘괴델, 에셔, 바흐’(까치)는 국내에도 이미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다.

다시 대답을 생각해 보자.

“육체의 작용이 뇌에 의해 조종된다는 것을 보면 ‘나’는 나의 뇌인가? 어쩌면 ‘나’란 ‘나는 뇌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주체일지도 모른다. 나의 무의식과 경험과 기억의 총합을 ‘나’라고 할 수도…”

일단 이 정도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면 이 책에서 만날 열아홉명과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된 셈이다. 두 편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서술 방식을 통해 이 난해한 문제의 탐구에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논문, 소설, 에세이, 가상대담 등 27편의 글을 통해 ‘나’의 문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존 설, 로버트 노직 등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를 비롯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도널드 하딩, 스타니슬라프 렘 등 각국의 작가, 그리고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 수학자인 앨런 튜링, 분자생물학자인 해롤드 모로위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아울러 각 글들의 뒷부분에는 두 편저자가 쓴 에세이가 붙어 있다.

화성에서 위기에 처한 ‘나’는 자신의 분자구조 청사진을 지구로 전송해 그 청사진에 따라 원자를 결합함으로써 지구에서 재탄생한다. 화성에서 위기 속에 남겨진 ‘나’와 지구에서 삶을 지속해 가는 ‘나’. 둘 중 ‘나’는 누구인가? ‘나’가 둘 일 수 있는가? 이 경우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제기로 시작한 데닛 교수의 서문에 이어, 보르헤스는 보르헤스라는 남자를 아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하딩은 ‘머리가 없는 나’에 대한 가상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나’의 존재와 인식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은 뇌와 영혼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고 점차 인공지능과 마음의 문제, 자유의지의 문제 등으로 확산 심화된다. 그래서 내용이 다소 어려운 게 사실.

“이 책은 독자들을 뒤흔들고, 혼란에 빠뜨려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모든 것을 낯설게 만들고, 반대로 낯선 것들을 지극히 자명한 것으로 뒤바꾸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두 편저자는 책의 첫머리부터 이렇게 겁을 준다. 하지만 데닛 교수는 “이 책은 당신을 자신과 영혼의 발견을 향한 여행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넌지시 이야기한다. 이 책에 실린 19명의 다양한 공상과 사고 실험은 ‘나’에 대해 너무도 익숙한 관습적 지식을 모두 뒤엎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연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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