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반 룬의 예술이야기 1, 2, 3'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45분


◇반 룬의 예술사이야기 1, 2, 3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이덕렬 옮김 각권 320쪽 내외 1만2000원 들녘

지난 세기인 1937년에 쓰여졌지만 지금 읽어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예술사 입문 교양서. 이 분야의 고전처럼 평가받는 책이다. 저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미국인 문화사학자.

이 책은 서양 미술을 중심으로 건축 음악 연극 등 고대부터 20세기초까지 예술의 역사를 훑어보았다. 1권 ‘선사시대의 예술 그리고 고딕 시대의 종말’, 2권 ‘르네상스 정신 그리고 오페라의 열기’, 3권 ‘로코코시대 그리고 인상주의의 마지막 인사’.

이 책의 특징은 예술 자체에 국한시켜 예술을 바라본 것이 아니라 예술을 일상생활과 사회문화 역사 등과 연결시켜 바라봤다는 점. 예술을 위한 예술, 즉 순수 예술의 가치를 중시했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예술관이었다.

저자는 뛰어난 예술품을 남긴 예술가들도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소 특출한 재능을 지닌 기술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별난 취향을 가진 석공, 남다른 솜씨를 지닌 대장장이, 상상력이 뛰어난 목수처럼 남보다 좀더 예민했고 남보다 좀 더 노력했던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는 예술적 가치 기준은 독립된 성역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언제나 예술 안팎의 상호 관계를 살피는 데 시선을 둔다.

그 한 예가 신대륙 발견이 유럽 예술에 끼친 영향. 신대륙 발견은 유럽에 부를 증대시켰다. 귀족이 아닌 사람들도 부를 누릴 수 있었다. 예술은 잘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깨졌다.

르네상스 예술도 이렇게 탄생했다고 본다. 당시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도 후원자가 없어다면 2류 예술가로 남았을 것이라고 한다. 후원자들로 인해 진정한 직업으로서의 예술이 생겨난 것이다. 신세계의 발견은 예술의 신세계 발견이었던 셈이다.

르네상스 예술이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유럽 곳곳으로 번져가는 과정은 대규모 상업경제의 확산 경로를 그대로 뒤따라 간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구체적인 예술가나 예술품 각각에 대한 설명보다 이러한 저자의 시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예술은 직선적으로 늘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의 일렁임처럼 상승과 개화 하강을 반복하며, 따라서 예술사조라는 것도 그렇게 엄청난 그 무엇은 아니라는 저자의 시각도 흥미롭다. 이 책이 나온 이후 20세기에 예술사 이론은 맣이 발전했다. 그래서 지금 보면 다 아는 얘기 같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도전적이고 선진적이었던 저자의 안목은 음미해볼 만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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