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여야 싸움 말자더니 또'삿대질'…'지하철출근 연출' 공방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55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무(無)파행’과 ‘무(無) 싸움’을 얘기한 지 하루 만인 2일 또 다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였다.

전날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국회 무파행 선언’ 제안이나 한나라당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의 “싸움을 걸어와도 응하지 않을 것이다”고 한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를 험하게 비난했다.

▽연출 공방〓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1일 지하철 출근이 ‘전속 모델을 동원한 민심조작 쇼’였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가 지하철에서 만난 젊은 여성은 이총재가 1월에도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이고, 이 총재와 대화를 나눈 전직 교사도 이 총재를 수행하던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의 고교 동창생인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동원된 게 분명하다는 얘기였다.

장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1100만 서울시민 가운데 똑같은 사람이 지하철 옆자리에 앉을 확률은 10억분의 1”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얘기는 달랐다. 이 총재와 젊은 여성 및 전직 교사와의 만남은 우연한 것이었으며, 젊은 여성과 전직 교사가 먼저 이 총재에게 알은척했다는 것이었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민주당이 인간들이 모여 있는 집합소인지 개탄스럽다”고 비난한 뒤 “당사자들을 찾아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저질 논평 공방〓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이날 불쑥 “우리 당 김중권 대표의 ‘국회 무파행 선언’과 더불어 오늘부터 양당이 ‘비저질 선언’을 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잠시 후 “한나라당의 성명과 논평에 인신공격과 저질공격이 많다. 모국어의 품격을 낮추지 않기 위해 정치권에도 맞춤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한나라당이 반발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저질 논평 추방 선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 대변인이) 저질 행각을 벌였다”고 발끈했고 김용수(金龍洙) 부대변인은 “시인이라는 김 대변인의 마음에 후안무치한 거짓말, 천박한 수사, 치졸한 덮어씌우기 등 악심이 가득하다”고 퍼부었다.

▽기타〓한나라당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민주당 이해찬(李海瓚) 최고위원이 ‘국고수표’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을 통해 신한국당이 안기부 예산을 횡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안기부 예산 집행 시스템의 ABC도 모르는 이 최고위원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요설(妖說)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철·송인수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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