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초등생 중학과정 미리공부 학원서 '부채질'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56분


“서울대가 입시요강 발표한 것 들으셨죠? 추천제가 계속 확대되는데 교과 성적이 우수하거나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학생이 우선적으로 추천될 거니까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준비해야죠.”

서울의 어느 예비중학생 전문 보습학원 상담실. 상담교사가 ‘선행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학부모가 상기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 5, 6학년 때부터 중학교 교과과정을 앞서 준비한 중학교 1학년생이 이번 수능시험 영어와 수학문제를 집에서 풀어봤는데 만점이 나왔다더라”는 대목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상담실 벽면에는 수강생들의 영어 수학 성적과 등수가 게시돼 있었다.

“영어는 중학교 3년 과정 모두 합쳐도 외울 단어가 1200개밖에 안됩니다. 아드님이 조금만 똑똑하면 교과서 한권을 석달에 뗄 수 있으니까 중학교 입학 전에 모두 배우고 갈 수 있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첫 중간고사 성적이 3년을 좌우한다” “초등학교 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고교 3학년 때까지 계속 경쟁에서 한 발 뒤질 수밖에 없다”는 등의 ‘협박 아닌 협박’에 학부모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상담실을 찾은 학부모는 주로 첫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거나 5, 6학년에 진학하는 ‘초보 엄마’들.

“너무 애를 다그치면 오히려 공부에 역효과가 나지 않겠느냐”고 학부모가 조심스럽게 묻자 상담 교사는 기다렸다는 듯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두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있는데 큰애가 영어와 수학을 미리 배우고 중학교에 가니까 시험기간에 암기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냈어요. 작은애도 이번 방학동안 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을 떼게 하던데 애한테 해로우면 시키겠습니까?”

상담을 마치고 학원을 나서던 학부모는 “다 맞는 말 같긴 하지만 ‘수용소’처럼 너무 삭막한 곳에 애를 맡기는 것 같아 일단 등록을 안했다”면서 “동네 인근 중학교의 최근 5년치 중간 기말고사 문제를 확보해놓고 학교별로 반도 편성해 내신 성적을 관리해 준다는 말이 왠지 솔깃해 결국 아이를 보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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